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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 4월 ‘빛의 축제’ 속으로
풍향계 / 4월 ‘빛의 축제’ 속으로
  • 나기황
  • 승인 2018.04.04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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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황 논설위원 / 시인

(동양일보) #1. 눈길 닿는 곳마다 팝콘 튀듯 톡톡 꽃망울이 터지고 있다. 자두 꽃, 벚꽃, 개나리, 진달래 할 것 없이 눈부신 꽃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진해 군항제의 벚꽃축제가 TV화면 가득 잡히고 무심천변의 벚꽃도 예년보다 4일이나 앞당겨 터질 듯 부풀어 오르더니 풀풀 꽃비를 날리고 있다. 천지사방이 꽃이고, 빛이다.

4월이면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가 자주 인용된다. 황무지처럼 변해버린 요즘의 시대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1부-<죽은 자의 매장> 일부).

시인이 바라는 4월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겨울을 이겨내고 일어서는 연약한 풀꽃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하여 시인은 어쩌면 ‘가장 잔인한 달’이란 반어적 표현으로 구원에 대한 갈망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공허하고 비이성적이며 무분별한 성(性)적 일탈이 판치는 황무지와 같은 우리 사회를 향해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며 역설적으로 재생의 ‘봄’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실 1922년에 발표된 전편 433행, 5부로 구성된 이 장시(長詩)가 말하고자 하는 다양하고 심층적인 메시지를 단 몇 줄 설명으로 풀어내기는 어렵다.

다만 황폐하고 고독한 현대인의 정신적 황무지에 ‘라일락을 키워내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우는 4월이 경이로 가득 찬 ‘빛의 달’이라는 점에는 동의해도 좋을 것이다. 언 땅을 뚫고 나오는 따스한 생명의 기운이 봄의 절정으로 우리를 초대하기 때문이다.



#2. 4월이 시작되는 첫날, 한국예술단이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남북평화협력’’을 기원하는 단독공연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최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친구여’, ‘우리의 소원’을 비롯한 북한노래 ‘다시 만납시다’를 마무리합창으로 준비된 공연을 모두 마쳤다. 생중계는 안했지만,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등 자료화면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4월 27일로 예정돼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즉석에서 북측 예술단의 (10월)서울공연까지 제안했다하니 삐딱하게 보면 정치적 속내가 궁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예술단의 (10월)서울공연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서울공연이 실현된다는 것은 4월 남북정상회담이 잘 되고 그 후 북미회담까지 순조롭게 이어져 ‘남북평화협력’의 씨앗이 자라나야 가능하다는 전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3. 올해는 ‘빛의 달’ 4월을 여는 첫 날에 부활절이 닿아 그 의미가 새롭다.

‘부활절’은 예수그리스도가 십자가 죽음을 넘어서 다시 살아난 사건, 즉, 부활신앙을 가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이다.

초기교회가 325년에 춘분(3월 21일)이후 맞게 되는 첫 만월(보름)다음에 오는 첫 안식일(토) 다음 날(주일)을 부활절로 하자는 다소 복잡한 규정에 따라 매년 다를 수 있는데, 올해는 4월 1일로 정해졌다.

‘부활’에 대한 사전적 의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쇠퇴한 것이나 없어진 것이 다시 성(盛)하게 일어남’이요, 기본의미는 역시 ‘죽었던 것이 다시 살아남’이다.

부활의 키워드는 ‘빛’이다. 빛이 주는 참 생명으로 다시 살아남이요, 나날이 새로워짐이다.

꽃비 내리는 4월의 봄이야말로 ‘부활’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증표인 셈이다.

때마침 오늘이 식목일이다.

사회에 만연돼 있는 어둠의 문화를 걷어내고 하늘과 땅을 잇는 ‘빛-희망’의 나무를 심자. 4월, 찬연한 빛의 축제 속을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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