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정 (홍성교육지원청 장학사)

유혜정 <홍성교육지원청 장학사>

어떤 엄마가/ 영재교육 그림책을 펴 놓고/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 “이건 민들레!”, “이건 개나리!”

의자 바로 밑에는/ 민들레가 피어 있는데./ 저기 담장 옆에는/ 개나리가 피어 있는데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 아카시아 껌 냄새가 난다고 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되었던가?

이 시는 서홍관의 ‘민들레와 개나리’라는 시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일부 책임지고 있는 장학사로서 부끄러운 교육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학교에서 국어 교사로서 아이들과 만날 때, 살아있는 국어 수업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다.

딱딱한 문법 수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요를 수업자료로 활용하고, 시 수업은 모둠시 창작 과 발표 수업 등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학교 내에서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수업 역량은 한계가 있었다.

여전히 한용운의 ‘임의 침묵’을 가르치면서 ‘임’은 ‘조국, 부처, 불교적 진리’를 상징한다고 가르쳤고, 아이들은 외워서 시험을 보고,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렸다. 한용운의 생가가 바로 바로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던 중 몇 번의 연수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행복교육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부러운 마음으로 그 지역의 선생님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수업을 마을 주민과 함께 기획, 진행하고, 마을학교라는 곳을 통해 방과후 아이들의 안전과 돌봄이 보장되며, 마을의 주요 안건에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홍성지역에서도 마을교육공동체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막연함과 살아있는 배움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는 간절함이 섞여 있을 즈음, 교사에서 장학사로 전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행복교육지구’는 나의 주요 업무가 되었다. 운명처럼.

올해부터 2022년까지 운영하는 홍성 행복교육지구는 첫 발걸음을 시작하였다.

학교-지자체-학부모-마을주민의 공감대 형성, 마을의 인적, 물적 자원 조사 및 체계화, 학교-마을교육과정을 위한 다양한 연수, 마을의 안전 시스템 구축 등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우선 하지 않고, 삶 속에서 배움을 찾는 교육,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마을, 이를 통한 마을의 성장을 꿈꾸어 본다.

아프리카의 속담이던가? ‘아이 하나가 자라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을 다시 뇌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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