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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 가화만사성
풍향계 / 가화만사성
  • 박종호
  • 승인 2018.05.13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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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동양일보 박종호 기자) 5월이다. 꽃보다 더 아름답다(勝花)는 녹음방초(綠陰芳草)의 세상이다. 하늘도, 땅도, 산하(山河)도, 거리도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 찼다. 거기에 싱그러운 바람이 불면 세상은 온통 초록바다(綠海)가 된다. 초록은 꽃을 만들어 내는 꽃의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생명의 모체이다. 생명은 초록에서 나온다. 창조주는 초록의 옷을 입는 것이다. 초록은 대자연의 으뜸 빛깔이다. 그래서 온통 초록색의 옷을 입는 5월을 가리켜 ‘여왕의 달’이라 부르고 있다. 5월에는 어린이 날(5)이 있고 어버이 날(8)이 있으며, 입양의 날(11일)이 있고 부모와 같은 분(군사부 일체)으로 모셔야 한다는 스승의 날(15)이 있으며, 부부의 날(21) 등이 존재한다. 가정의 달이다.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고 가정은 천륜관계의 혈연공동체이다. 이 점에서 가정은 가장 응집력이 강한 기초사회라 할 수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정은 삶의 보금자리이고 사랑의 동산이며 교육의 전당이며 인격형성의 무대이다. 생명과 행복의 진원지이다. 가정은 물고기의 물과 같은 곳으로 한시도 떠나서 살 수 없는 삶의 둥지이고, 사랑의 온도가 항상 100%로 유지되는 곳이다. 가정은 이러한 특징을 가졌기에 여타 조직보다 더 진한 정직과 정의 등이 행동기준이 된다. 가족들은 이러한 기준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람의 자격인 인격(人格)을 구비하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정은 인격형성의 대지(大地)인 것이다. 그리고 가족애는 가정이라는 나무가 울창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거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정은 우주만큼 큰 사랑으로 출렁이게 하여야 한다. 부모는 자식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겨야 하고 자식은 부모를 하늘처럼 귀히 여기고 공경하여야 하며 형제와 자매간에는 부모로부터 같은 기(氣)를 받고 태어난 동기간(同氣間)이기에 더없이 깊고 따뜻한 우애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들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어린 시절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비영리단체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말 초등 4학년 이상 고등 2학년 5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평일에 가족끼리 대화하거나 함께 노는 시간은 13분에 불과하단다. 현대처럼 고도의 산업 및 부부 중심의 핵가족화로 인하여 ‘모래알 가정’, ‘조개껍데기 가정’, ‘진공 가정’ 등의 형태가 나타나고 이에 따라 가족공동체 의식이 희박해 지고 더 나아가 가정의 해체현상이 증대되는 시대일수록 가족은 하늘이 맺어준 천륜의 관계임을 잊지 말고 늘 절대 사랑, 무한 사랑의 메아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5월의 녹음과 같이 짙은 가족공동체를 형성하여야 한다. 가화(家和)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의 화목을 말하는 가화는 뿌리를 존중하는 마음이고 정신이며 유대이다. 뿌리를 존중한다는 것은 자신의 근원과 정체 등을 바로 알고 자신의 나아갈 길과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제대로 알며 그것을 하늘의 뜻(소명:召命)으로 알고 그 것에 충실하겠다는 정신과 자세를 말한다. 이 점에서 가화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다. 자신을 제대로 알고 그 진로에 진력하는 것이야말로 신으로부터 주어진 인간의 소명을 자각하고 그 것을 사명으로 삼아 살아가는 방법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이 이상 값진 깨달음과 귀한 인본지향적 행동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런 수준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화의 철학인 것이다.

이렇듯 가화는 자기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자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수신(修身)부터 하여야 한다. 자신의 정신과 자세를 바르게 정립하고 자손 및 자식으로서, 국민으로서,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몫과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 바른 자아 정립은 가화의 기본정신이고 자기사랑의 출발점이다. 가화야말로 국가와 사회 안녕의 전제조건인 것이다.

더 나아가 가화는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질서를 확립시키며 구성원으로서의 위치와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하는 정상사회 건설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역경(易經)에 제시된 말처럼 “가정의 도덕이 바로 서야 천하가 안정된다(가도정천하정의:家道政天下定矣)”는 것이다. 화목은 제가(齊家)와, 그리고 제가는 곧 국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가화는 국가와 사회의 주춧돌이고 만사형통의 통로인 것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반드시 다짐하고 실천하여야 할 것이 있다. 가정 폭력금지이다.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가족에게 사랑이 아닌 금수와 같은 폭력을 행한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용인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모두가 나서서 가정폭력 근절에 앞장을 서야 한다. 가정폭력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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