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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손도 맞다
풍향계/ 손도 맞다
  • 박희팔
  • 승인 2018.07.10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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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오륜(五倫)에 벗어난 행실이 있는 사람을 쫓아내는 걸 ‘손도(損徒)’라 했다. 그래서 ‘손도(를)맞다’ 하면, ‘오륜에 벗어난 행실이 있어서 그 지방에서 쫓겨나다’라는 말로 즉 ‘남에게 배척을 당하다’라는 뜻이다. 오륜이라는 게, 군신(君臣)의 의(義), 부자(父子)의 친(親), 부부(夫婦)의 별(別), 장유(長幼)의 서(序), 붕우(朋友)의 신(信) 으로, 이들 각각의 둘에게 의나 친이나 별이나 서나 신이 없으면, 다시 말해 이에서 벗어나면 손도를 맞는다. 즉 남에게 배척을 당한다 했는데, 세상엔 이 오륜에 벗어나는 일 말고도 손도 맞아 그 지방에서 쫓겨나는 일 즉 남에게 배척당하는 일도 많다. 가령 남남이 서로 시기하여 일어나는 일,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남을 모함하는 일, 내 욕심을 차려 상대에게 손해를 보이는 일… 등, 이를 어찌 다 열거하랴마는 요즘 들어 2,3년 안에 이에 얽힌 불미스런 일이 동네에 둘이나 일어났다.

강로는 좀도둑이다. 동네사람들이 처음에는 배추에 바람이 든 것이라 했다. 배추에는 바람이 들 수 없듯이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살림이 제법 있는가 싶다가도 금방 없어지는 사실이 동네사람들 눈에 뜨일 정도로 자주 일어났다. “강로네 말여, 워째 살림생활이 들쑥날쑥 하는 것 같어. 봐봐, 요 얼마 동안은 장날마다 사들여 잘해 먹는가 싶다가도 또 한참동안은 쪼들려 절절매는 것 같잖여.” “그러게, 내도 안 사람과 그런 말을 주고받은 적 있제.” “뭐 워낙 뭣이 있는 집인가 돈이 좀 있으면 잘해 먹다가도 없으면 또 그런대로 사니께 그런 거겠지 뭐.” “있을 땐 좀 애껴서 없을 때 보충을 하면서 한결같아야 되는 것 아녀?” “두 내외가 똑같아 한 쪽에서라도 조절을 좀 해야 하는디.” “그러니께 둘이 도둑합례를 했제.” “맞어 집에 어른들이 없으믄 동네어른들에게라도 알려야 하는데 이건 동네사람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몰래 지들끼리만 합례를 지냈잖여.” “장가들기 전까지만 해도 이집 저집 머슴살이하면서도 얼매나 근실한 굳은자였는가?” 믿었던 젊은이가 갑자기 실속 없이 헛된 일만 하는 걸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그런데 강로네가 여느 때보다 좀 잘해 먹고 잘 쓸 때는 이상하게도 동네 어느 집이 도둑맞는 해괴한 일이 일어나곤 하는 거였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이를 이상히 여긴 동네사람들이 강로의 행동을 눈여겨보니 아니나 다를까 강로가 야밤에 동넷집 헛간, 광, 심지어는 안방, 건넌방까지 쥐나 개처럼 살금살금 들어가 가만히 물건을 훔치는 거였다. 하여 동네어른들이 마음먹고 강로를 불러 단단히 닦달하려 하였으나 강로는 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야반에 동네를 뜨고 말았다. 그러니까 동네서 쫓겨난 것이다.

작년엔 동네삼거리 집에 망측한 일이 일어났다. 그날 그 집 사내인 59살 긴상이가 고등학교동창 모임이 있어 청주엘 가려고 오전 11시쯤에 집을 나섰다. 헌데 읍내버스정류장까지 가서야 핸드폰을 안 가져온 것을 알고 도로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쯤 아내는 밭에 나가 일할 거였다. 그는 무심히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보이는 광경에 그만 소스라치고 말았다. 웬 사내가 한 손으로 항거하는 아내의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론 아내의 치마를 잡아채면서 방바닥으로 눕히려는 찰나가 아닌가. 순간 사내는 문 여는 소리에 휙 뒤를 돌아다보더니 긴상일 보고는 그대로 냅다 밖으로 튀는 거였다. 그 서슬에 긴상인 뒤로 확 밀리며 넘어질 번했다. 도대체가 이게 무슨 일인지. 그저 저 저 저놈…만 뇌일 뿐이었다. 방바닥에 넘어져 있는 아내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그저 가쁜 숨만으로 긴상일 쳐다보고만 있었다. 둘이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야 그 사내가 동네 입구 사는 장가라는 걸 알았다. 자주 집에 드나들며 묻지 않은 말로 수선을 떨던 위인이다. 긴상인 이일을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로 묵과할 수 없어 동네 옛 이장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고했다. “어허, 그것 참, 참….” 하더니 동네회를 열었던지 동네에 삽시간에 이 사실이 퍼졌다. “그 사람 그거 자식들 다 장성한 사람이 그래….” “나이가 무슨 상관여. 꽃 탐하는 나비는 거미줄에 걸려 죽는겨. 젊어서 피우는 바람은 바로 잡을 수나 있지 저걸 어쨔 그래.” “그래서 사내들은 그 꼬투리를 함부로 쓰는 것 아녀.” “그 장가 어디 써보기나 했나 그냥 좋을 번하다 말았지.” “옛날엔 그런 놈은 동네서 조리돌림 시켰다는데” “그려, 동네 고삿 고삿 끌고 다니며 망신을 주었다지 않는가. 여하튼 그냥 둘 수 없어.” 그 사흘 후, 두문불출하던 장가는 스스로 짐 꾸려 조용히 동네를 떠났다.

이 역시 동네서 배척당해 쫓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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