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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탈시설화의 함정
풍향계/ 탈시설화의 함정
  • 신기원
  • 승인 2018.08.01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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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지난 3월 발표한 정부의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따르면 내년7월부터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고 2022년까지 탈시설화가 진행된다. 하지만 등급제를 대신할 종합판정기구에 대한 안이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또한 탈시설화와 관련하여 커뮤니티 케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기 위해서는 민관을 포함한 지역사회의 인식전환과 절대적인 협조가 남아있다. 더구나 전국장애인 부모연대에서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주장하고 있어 제반현안들이 맞물려 복잡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안 중 탈시설화와 관련해서 몇 가지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밝혀본다. 먼저 정부는 거주시설 장애인들은 자기결정권이 없어 거주를 강요당하며 인권침해와 학대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로의 거주전환 필요성이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2012) 시설 거주자 중 약 57%가 시설 밖에서 거주하거나 생활하기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실에 관하여 굳이 반론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거주시설 장애인 중에는 장애인을 돌봐야 할 가족들이 생활고나 고령화 등의 피치 못할 이유로 가족 중 장애인을 입소시킨 경우도 있다. 또한 입소되어 있는 장애인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뇌병변장애인이거나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과연 이들이 탈시설화를 원하는지 또 탈시설화가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현재 한국에는 약 1500개의 장애인시설이 있고 약 3만명의 시설거주인이 있다. 탈시설화가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서 그들의 장애정도와 실태 그리고 시설에 거주하는 이유를 우선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개별 장애인들의 탈시설화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예산 등이 수반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준비하여야 한다. 탈시설화가 통합적이지만 치밀한 계획을 통해서 지역사회에 단계적으로 뿌리를 내리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탈시설화의 일환으로 대규모장애인시설에서 인원이 감소할 경우 새로 입소자를 받지 못하게 하여 점차 대규모시설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소규모시설은 허용하는 정책으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소규모시설이 지역사회에서 혐오시설로 인정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설치되지 않는 한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장애아를 둔 부모 중에는 생활고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 자식을 시설에 맡겨야 하는데 시설이 부족하여 그러지 못하고 가정에서 중증장애를 가진 자식을 뒷바라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은 당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필자는 3년마다 이루어지는 장애인시설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사회가 장애인을 홀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장애인시설이 위치한 곳을 보면 대부분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또한 장애인관련시설은 기능이나 규모를 막론하고 지역사회에서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설치되기를 원치 않는다. 평가지표를 보면 자립생활을 유도한 경우 가점을 주고 있지만 실제 시설에서 만나본 장애인들은 자립생활은 커녕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에도 서툰 경우가 많았다. 이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는 언제나 숙제로 다가왔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는 경우가 90% 가까이 된다. 나는 장애인이 안된다며 인생을 자신하고 살기 어려운 것이다. 함께 공존하는 사회, 포용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커뮤니티 케어를 통한 탈시설화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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