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계곡 피서객 급감 ‘울상’…천연동굴·냉풍욕장 ‘호황’
“집 나서면 고생” 휴가 미루고 관공서·도서관 찾아 더위 식혀

전국 최대 피서지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는 폭염 때문에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낮(왼쪽 사진)에는 백사장 곳곳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지난 1일 저녁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오른쪽 사진)은 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과 시민으로 북적거리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40도를 웃도는 최악의 불볕더위는 휴가철 해수욕장과 유명산으로 향하는 피서객들의 발길마저 묶어버렸다. 펄펄 끓는 가마솥더위 속에 전통적인 피서지 대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집을 나서기 보다 저마다 냉방용품을 손에 쥐고 도심 속 피서지를 찾아다니는 도심 피서객들도 부쩍 늘고 있다.

●해수욕장 피서객 급감 ‘울상’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에 여름철 대표 휴가지인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들이 크게 줄었다.

2일 전국 주요 피서지와 지치단체에 따르면 본격적인 방학과 휴가기간인 7월 말은 주요 피서지들에게 있어 ‘극성수기’로 분류되지만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일까지 동해안 93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수는 658만399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70만2823명보다 14.5%(111만8000여명) 감소했다. 전남 최대 해수욕장인 완도군 신지명사십리도 지난달 6일 개장 후 31일까지 8만여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13만여명)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전국 최대 피서지인 해운대해수욕장도 폭염 속 한 낮은 한산한 분위기다. 피서객 수는 지난해보다 30~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지만, 날씨가 서늘해지는 밤이 돼야 바닷가를 찾으면서 식당가 매출은 줄었다. 상인들은 “무더위 때문에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해수욕장과 더불어 여름철 인기 피서지로 손꼽히는 유명산과 계곡도 관광객이 급감했다.

무등산 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무더위가 이어진 최근 한 달간 탐방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축제 행사장도 예년보다 한산하다. 지난달 21일 개막, 오는 5일까지 열리는 경남 함안의 강주해바라기축제에는 지난해(20만명)의 4분의 1 수준인 5만여명 가량이 찾았다.

●천연동굴·냉풍욕장 ‘폭염특수’

반대로 폭염 특수를 누리는 피서지도 있다.

천황산에 자리 잡은 경남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천연기념물 224호)이 대표적이다. 얼음골은 한여름에도 18~20도 정도의 냉풍을 뿜어내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려는 시민들로 넘쳐난다.

냉장고처럼 시원한 충북 단양 고수동굴도 폭염 특수를 한껏 누리고 있다. 이 동굴의 평균기온은 15~17도에 불과해 요즘 같은 가마솥더위를 식히기에는 제격이다.

단양군 관계자는 “지난해 4만5000여명 수준이었던 관광객 수가 올해는 벌써 5만1000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폐갱구를 활용해 조성한 충남 보령냉풍욕장 역시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45%나 증가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야외수영장이나 비교적 시원한 관공서나 도서관, 커피전문점도 인기 피서지가 됐다.

“에어컨만 켜 놓으면 집이 최고의 피서지”라며 최악의 폭염에 야외활동을 포기하고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방콕족’도 늘었다.

관공서·도서관이나 대형마트 등지는 도심 피서지로 인기를 끌고 있고, 아예 인근 호텔·모텔 등으로 피서를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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