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공장 화재, 가마솥더위에 폐기물 발화 추정
충주·진천서도…지난달부터 충북에서만 8건 발생
발화점 330도 석탄에다 라텍스 베개도 자연발화

지난 7월 24일 오전 부산 금정구의 한 아파트 창가에 둔 라텍스 베개가 타면서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영상 캡처>
1일 오후 7시 37분께 제천시 왕암동의 한 원료의약품 제조공장에서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일 충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7분께 제천시 왕암동 한 원료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불은 공장과 창고 등을 태워 3억50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2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소방과 경찰 인력 230명과 29대의 장비를 투입된 뒤에야 겨우 불길이 잡혔다. 무더위 속에 진화작업을 펼치던 중 소방대원 1명이 탈진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불이 시작된 곳은 이 공장 화장품 원료 고체폐기 야적장이다. 소방당국은 40도에 가까운 폭염 속에 고열 상태로 야적장 드럼통에 담겨 있던 고체폐기물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제천은 낮 최고기온이 39.8도까지 치솟는 등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밤 10시 37분께는 전남 여수시 화양면 한 폐축사에서 축사에 쌓아둔 깻묵의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고, 같은날 오후 2시 24분께도 목포시 산정동 한 석탄야적장에서도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석탄은 발화점이 보통 330~450도로 비교적 높아 불이 잘 붙지 않지만 강한 직사광선을 장시간 받은 석탄 더미에서 열이 축적돼 불이 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북에서도 자연발화 추정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7월 27일 새벽 1시 17분께 충주시 엄정면 한 농산물 가공공장 창고 화재나 같은날 밤 9시 20분께 진천 초평면 목재가공 공장의 화재 역시 참깨 찌꺼기 더미와 톱밥에서 불길이 발생한 자연 발생 화재로 추정되고 있다.

도소방본부는 지난달 1일부터 현재까지 도내에서만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 8건이 발생, 지난해보다 5건이 늘었다고 밝혔다.

라텍스 소재 물건도 자연발화 추정 화재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41분께 부산 금정구 한 아파트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서는 그 집 창문 옆 의자에 놓인 라텍스 소재 베개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확인됐다. 베개와 의자는 이미 절반 이상 타 갈색으로 그을린 상태였다. 창문으로 내리쬔 고온의 햇빛에 열이 축적돼 베개와 의자에 불이 붙은 것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자연발화는 주변 온도와 습도가 높고 열 축적이 쉬운 상황에서 윤활유, 기름, 퇴비, 음식물, 폐기물에서 많이 나타난다”며 “저장소 온도를 낮추고 통풍이 잘 되게 습도를 낮은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