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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참으로 큰일이다
동양칼럼/ 참으로 큰일이다
  • 강준희
  • 승인 2018.09.13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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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희/ 논설위원 소설가 한국선비정신계승회 회장

 

강준희/ 논설위원 소설가 한국선비정신계승회 회장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어학자가 아니다.

국어학자도 아니고 국문학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나는 또 흔히 말하는 제도권 속의 사회개량주의자도 아니다.

그리고 민족주의자나 배외적 애국주의자도 아니다.

어느 편이냐 하면 나는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러므로 나는 세상을 구제할 만한 제세지재(濟世之才)도 아니요 세상을 바꿔 변혁시킬 만한 혁명가도 아니다.

이럼에도 남들은 오불관언 하고 수수방관해 치지도외 하는 문제들을 제기해 왈가왈부 용훼하고 있다.

나는 낡은 관념과 관습에 젖어 새로운 것은 막무가내로 받아들이지 않는 고루한 관념의 소유자도 물론 아니다.

이럼에도 세상 돼 돌아가는 꼴이 하 기막혀 이렇게 나선 것이다.

세상 꼴 기막힌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수백 수천에 이르지만 나는 먼저 우리말과 우리글, 그리고 언어질서의 파괴에 대해 말하려 한다.

왜냐하면 이대로는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서이다.

이대로 모르쇠로 방치해두가는 우리말과 우리글은 물론 엄중한 언어질서까지 모두 망가져 어느 지경에 이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하거니와 내가 보는 눈이 맞는다면,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사고가 옳다면 내 주장이 한낱 공소한 주장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나는 믿는다.

도대체 이 나라는 나라 글과 나라 말이 있는 나라인지 없는 나라인지 모르겠다.

더 부연하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고유한 말과 고유한 글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생각이 조금만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우리글과 우리말을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거리로 뛰쳐나가 옥호의 간판들을 한 번 보라.

무엇이 어떻게 돼 있는가를.

무엇이 어떻게 씌어져 있는가를,,,,.

피엘, 룩크, 리베, 하아니, 엔젤, 탐앤탐스, 카페베네, 지오디아, 클리오페럴, 스무디킹, 이니스프리, 유니클로, 마텔리, 로로코, 카니발, 애크미, 세레나, 몽블랑, 리스본, 에스쁘아.

이루다 헤아릴 수 없는 혀 꼬부라진 간판들로 들어차 있어 여기가 미국인지 영국인지 혹은 그 밖의 다른 어느 나라인지 알 수가 없어 박언학(博言學)학위 안 가진 사람은 범접할 수가 없다.

그래도 한글로 쓴 외래어는 나은 편이다.

어떤 간판은 숫제 영어 불어 일어 등 원어로 씌어져 있어 자국 속의 타국 이방(異邦)을 느끼게 하고 있다.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여기가 미국이고 영국이고 프랑스고 일본인가?

영어 못하는 사람은 어떡하라고, 불어 못하고 일어 못하는 사람은 어떡하라고.

우리나라 땅이면 우리말을 써야지 왜 남의 글 남의 말을 쓰는가?

프랑스에서는 영어를 광고문에 쓰거나 공석에서 사용하면 우리 돈으로 자그마치 280만 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고, 베트남 같은 나라에서도 영어로 된 간판을 못 걸게 해 자기 나라 국어 사랑이 돈독한데 어째서 우리는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정부나 가정이 영어부터 가르치려고 안달들인가.

세상이 하도 영어를 신주단지 모시듯 해서인지 이제는 어디를 가도 우리 말 우리글보다 영어가 판을 친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이다.

그래서인지 코딱지만 한 구멍가게 출입문에도 열렸음 대신 Open이요 닫혔음 대신 closed란 알림표가 달려 있다.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아니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목불인견이다.

이러니 이를 어찌해야 된다 말인가.

지난 한 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인수위 시절에 모든 수업을 국어만 빼고 영어로 하겠다고 발표해 국민적 분노를 산 일이 있었다.

이는 다행히 반대가 심해 취소됐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도대체 한나라 대통령 당선인이 무슨 발상을 못해 나라 망칠 발상을 했는가.

영어 수업이 맹렬한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으니 다행이지 당초의 시안대로 강행됐더라면 어찌할 뻔 했는가.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물론 요즘 세상이 세계화다 글로벌화라 해서 모든 게 그 쪽으로 흐르다보니 여기 맞춰 발 빠르게 대처하느라 그런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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