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작은 눈 뜨고 봐도 다시 또 감고 봐도 / 백내장 낀 안구처럼 갑갑하긴 매한가지 / 꽤 늦은 저녁 귀갓길 가로등만 불콰하다. // 그 누가 던져놨나 촘촘한 어둠의 그물 / 좌든 우든 자리가 뭐 그리 대수냐며 / 눈꺼풀 껌벅이면서 습관처럼 기는 하루. // 광어면 어떻고 도다리면 어더랴 / 한세상 진흙 밭에 납작하게 엎드렸다 / 막사발 쑥국에 풀린 뱁새눈으로 본다. ( 시 ‘광어면 어떻고 도다리면 어떠랴’)

윤현자(58·사진) 시조시인이 시조집 <광어면 어떻고 도다리면 어떠랴>를 펴냈다.

2014년 세 번째 시조집 <마은아홉 붉은 꽃잎> 이후 4년 만에 낸 책이다.

이 책에는 모두 80여 편의 작품이 실렸다. 1부 ‘막사발 쑥국에 풀린’, 2부 ‘꽃인 줄도 모르고’, 3부 ‘짧은 마디 긴 여운’, 4부 ‘녹아드는 사랑 같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부에는 현실 참여, 자기 성찰, 서정시, 사랑시 등을 구분해 담았다.

제목 ‘광어면 어떻고 도다리면 어떠랴’는 1부에 실린 작품이다.

광어와 도다리는 둘 다 납작하고 모양이 비슷해 구분하기 쉽지 않다. 보통 내려다 볼 때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로 본다. 윤 시인은 이순(耳順) 무렵이 되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됐음을 이 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이번 책에는 따로 서평을 싣지 않았다. 대신 그동안 발표한 시조를 읽은 독자, 평론가들이 신문, 문학지, 블로그, 카페 등에 쓴 평론 몇 편을 간추려 책 말미에 ‘독자의 눈으로 본, 내 시 들여다보기, 비껴보기’로 실었다.

윤 시인은 “제호 ‘광어면 어떻고 도다리면 어떠랴’는 내심 이젠 조금 더 또렷하고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마음이 담겼다”며 “부끄러운 시를 따뜻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평해주신 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윤 시인은 1995년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연말 장원으로 등단했다. 2002년 <그래, 섬이 되어 보면>, 2003년 3인 공저 시조집 <차마, 그 붉은 입술로도>, 2007년 <다문다문 붉은 꽃잎>, 2014년 <마흔아홉 붉은 꽃잎>을 출간한 바 있다.

그는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뒷목문학회 사무국장, 포석문학회 감사, 충북시조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 푸른나라, 142쪽, 1만원.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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