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대전시립동물원 오월드에서 탈출한 ‘퓨마’ 사살을 놓고 일각의 비판이 고조됐다. 관리소홀로 탈출했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국가위기관리종(2급)인 퓨마를 사살한 것은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는 거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사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맹수가 시민들 안전에 위협이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옳을까.

지난 9월18일 오후 5시38분 대전 시민들은 한통의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대전동물원에서 퓨마 1마리 탈출, 보문산 일원 주민 외출 자제 및 퇴근길 주의바랍니다”라는 내용이다.

언론을 통해 퓨마 탈출 사건은 시시각각 전파되면서 대전시민들, 나아가 국민들의 궁금증과 불안감은 커져 갔다. 이어 오후 9시2분에는 “퓨마 포획 진행중이오니 보문산 일대 등산 자제협조 요청” 문자가 들어온다. 그로부터 44분 뒤인 오후9시46분 ”탈출한 퓨마 1마리 사살, 상황종료“ 문자를 끝으로 퓨마 탈출 사건은 끝났다.

대전동물원 오월드 중형 육식동물 우리에서 ‘퓨마’ 1마리가 없어진 것을 안 시간은 이날 오후 5시15분쯤, 순찰하던 사육사가 발견했다. 당시 사육사는 2마리가 있어야 할 퓨마 우리에서 암컷 1마리가 보이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

달아난 퓨마는 2010년 동물원에서 태어난 암컷으로 몸무게가 60㎏에 달하는 어른 퓨마다.

대전동물원은 관람객을 대피시키고 추적조를 꾸려 퓨마를 뒤쫓았다. 추적 1시간20분만인 오후 6시34분쯤 육식 동물사에서 500m 가량 떨어진 동물원 안 야산에서 퓨마를 발견하고 마취총을 쏴 맞췄으나 퓨마는 그대로 달아나 잡는데 실패했다.

출동한 경찰이 이날 밤 9시44분쯤 오월드 외곽 울타리 쪽에서 퓨마를 발견하고 사살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퓨마가 탈출한 그 시간에는 약 200명의 관람객이 동물원내에 있었고 탈출한 맹수가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관람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감사에 나선 대전시는 탈출 한달 만인 지난 18일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감사 결과 탈출 당일 오전 8시쯤 중형 육식사에 있는 퓨마를 전시하기 위해 보조사육사가 혼자 방사장에 들어가 청소를 하고 나오며 출입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 탈출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2인1조로 출입해야 한다는 안전수칙을 어기고 보조사육사 혼자 출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또 퓨마 사육장 폐쇄회로(CCTV)가 고장난 채 방치됐고 다른 동물사육장 일부 출입문에 이중잠금장치가 돼 있지 않은 것을 적발했다. 따라서 시설운영기관인 대전도시공사에 기관경고 처분하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오월드 원장과 동물관리팀장에게는 중징계, 실무담당자에게는 경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문제의 오월드 내 퓨마 사육시설은 환경당국의 1개월 폐쇄명령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퓨마 탈출 및 사살, 감사결과가 나오면서 퓨마 사건은 한 달만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퓨마 사살이 적절한 조치였느냐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면서 “동물 생명이 우선이냐, 사람 안전이 우선이냐”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대전동물원 측은 퓨마가 사람을 습격해 인명피해가 날 수 있고 비록 동물원내에 있었다고는 하나 야간이고, 퓨마가 2m 높이의 동물원 벽을 뛰어 넘어갈 가능성이 있어 시민안전을 위해 사살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물론 퓨마를 사살하지 않고 포획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그렇지만 시민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비난받을 일도, 비난할 일도 아니다. 원인을 제공한 관련자의 관리소홀 책임만 물으면 된다. 오히려 퓨마 보호에 우선했다가 인명피해라도 났다면 그 후폭풍은 가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가 됐을 거다.

아무 것도 모르는 퓨마에게는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죄 밖에 없다. 인간의 욕심때문에 동물원 우리 안에 욱여넣어졌고 그 욱여넣어진 우리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사살된 피해자다. 그의 죽음에 측은지심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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