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신호 중 교차로 통과에 운전자들 불안감 호소
“접근속도 서행이 우선”…신호체계 조정 등 대안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교차로에서 황색신호만 보이면 불안해집니다.”

A(52·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청주의 한 교차로를 지나던 중 황색신호가 켜지자 그는 ‘충분히 지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런데 정지선의 신호는 곧 적색으로 바뀌었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결국 뒤따라오던 차량과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B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청주에서 충남 보령으로 가던 중 대전과 세종의 일부 교차로에서 청주보다 짧은 황색신호에 고생했던 것. B씨는 “청주에 비해 다른 지역의 황색신호가 다소 짧은 것 같다”며 “그대로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는데 어려워 사고 위험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교차로 주변 딜레마 구간(Dilemma Zone)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신호체계정비 등 딜레마 구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9일 경찰과 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딜레마 구간이란 흔히 정지선 앞 1~2m나 1~2초 전을 일컫는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황색신호가 켜지면 차를 세워야 할지 말지 고민하게 된다.

통상적으로는 정지선 앞에서 정지하는 것이 맞지만 빠르게 달리고 있거나 이미 교차로에 진입한 경우 황색신호가 켜진다면 운전자의 판단과 순발력에 맞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곳에선 차량 엉킴 현상이나 보행자 통행 방해, 각종 교차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딜레마 구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교차로 접근 차량의 속도가 꼽힌다.

지역마다 황색신호가 달라 운전자 판단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제 교차로의 황색신호와 전적색신호(교차로 내의 차량을 없애기 위해 교차로에서 모든 방향에 적색신호를 켜는 것) 시간은 고정돼 있다고 경찰과 교통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경찰청의 ‘교통신호기 설치 및 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황색신호 시간은 3~5초다. 도로구조나 통행량 등도 고려되지만 보통 교차로 정지선과 맞은편 정지선 간 거리가 25m 이하면 ‘3초’, 25~40m는 ‘4초’, 40m를 넘으면 ‘5초’의 황색신호가 주어진다. 이를 넘는 1~2초의 경우 전적색신호로 간주된다.

경찰은 교차로에 접근할 때 서행하는 것이 딜레마 구간을 가장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딜레마 구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녹색점멸 신호체계 적용 등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현행 ‘녹색-황색-적색’의 3단계 신호체계를 ‘녹색-녹색점멸-황색-적색’의 4단계로 전환, 운전자에게 신호변경을 예고하면 딜레마 구간 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교차로 접근부에 신호기를 추가 설치하거나 교차로 건너편 신호기를 교차로 접근부로 옮기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 등과 같이 신호 잔여시간을 표기하는 방법으로 신호체계를 개선하는 방안도 있다. 최근엔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운전자 전용 신호등과 같이 운전자의 안전한 의사결정을 돕는 시스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지선의 후방 이설이나 올 레드 시스템(전체 정지)과 같이 교차로 구간을 줄여나가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며 “교통문제점이 있는 곳을 세밀하게 진단하고 시민들의 여론을 수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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