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M사, 돈받고 판매한 기와 화장실 담장으로 둘러쳐

M사 산신각 오르막 입구 산자락 아래에 깨진채 낙엽속에 방치되고 있는 기와
M사 해우소(화장실) 경계석으로 둘러쳐진 기와
K사 향적당 건물 앞 화단 경계석으로 땅속에 박혀 있는 기와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충남 공주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 최고의 절로 꼽히는 계룡면 소재 천년고찰 K사(寺)와 사곡면 M사가 신도 등으로부터 ‘기와불사(佛事)를 받은 후 부적절하게 관리해 충격을 주고 있다.

가족의 건강과 승진·합격 등 다양한 소망을 담아 맡긴 기왓장이 깨진채 방치되거나 화장실 및 화단 경계석으로 쓰여 불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기와불사란 사찰에서 건물축조를 위해 신도와 관람객에게 1만원 안팎의 돈을 받고 기와를 판매한 뒤 그 수익금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뜻한다.

불사에 참여한 사람은 구입한 기왓장에 자신이 바라는 내용을 글씨로 적어 제출하고 사찰에서는 이를 건물지붕 등에 활용해 오래도록 보존하면서 부처의 보살핌을 전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K사의 경우 이처럼 사찰을 믿고 구입한 기왓장이 향적당 화단 경계석으로 땅속에 박혀 있었다.

흙속에 묻힌 기와에는 ‘소원성취’, ‘만수무강’, ‘합격대박’ 등의 문구가 제공자인 ‘부천 OOO' ’대전 OOO’ 의 이름과 함께 흰 페인트로 선명하게 적혀 있어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기왓장 상당수는 아예 거꾸로 뒤집힌 채 마당의 잡초와 함께 파묻혀 있어 민망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K사 측은 “건물에 쓰였던 기와가 낡아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못쓰는 기와라 해도 앞으로는 눈에 띄지 않게 한 뒤 적절히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M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깨진 불사 기왓장이 군왕대와 산신각으로 올라가는 산자락 한켠에서 낙엽 속에 버려져 있었다.

특히 기와 수천장은 사찰 입구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해우소(화장실)를 둘러싼 담장 경계석으로 사용됐다.

사찰을 관람하던 한 관광객은 “믿고 맡긴 기와를 실수로 깨트린 것도 문제지만 그걸 쓰레기 버리듯 내팽개치는게 말이 되나”고 반문한 뒤 “그나마 온전한 기와를 화장실 담벼락으로 둘러쳐 놓으면 누구라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와는 지붕 뿐만 아니라 담장 축조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럴 경우 흙이나 콘크리트 등의 기본 골조 위에 기와로 덮는게 진정한 활용법이지만 M사의 경우 담장이 아닌 경계석으로 쌓아 놓았을 뿐이었다.

나머지 수천장도 사찰 좌측 후면에 있는 4개동의 템플스테이 건물 경계석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M사 관계자는 “건물 축조용으로 쓰기 위해 잠시 적치해 둔 것”이라며 “다만 그것이 화장실 옆이어서 보기에 흉물스러운 느낌을 준다면 논의 후 적절한 곳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불공을 위해 사찰을 정기적으로 찾는다는 공주시민 정모 씨는 “기와불사의 순수성은 이해하지만 건물축조 계획이 없는데도 단순히 수익만을 위해 연중 기와를 판매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받아 둔 기와가 용도에 맞게 사용되지 못할 경우 마구잡이로 방치할게 아니라 적절히 보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주 유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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