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교통사고를 낸 차량 뒷좌석에 탄 동승자가 의식불명인 채로 7시간 만에 발견됐다.

아무리 새벽시간대에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조·구급대원들은 사고 현장에서 도통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사고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구조·구급대원들은 사고 발생 시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게 당연지사다.

평상 시 각종 재난에 대비한 훈련과 대형 사고에 대비한 훈련을 반복적으로 진행하지만, 이번 교통사고 수습과정에서 경찰과 구조·구급대원들이 보여준 행동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기강해이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물론 음주로 인해 면허취소 수치를 보인 운전자가 말하는 내용은 현장에서 횡설수설하는 정황으로 볼 때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동승자 1명에게 출동한 경찰과 구조·구급대원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찰과 구조·구급대원들은 음주상태인 운전자가 ‘2명만 탑승했다’고 말했다지만, 사고차량을 잘 살펴보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새벽시간대라 해도 사고차량에서 발견된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는 가설이 성립돼야 경찰과 구조·구급대원 말이 맞다.

날이 어두워 의식불명인 부상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몇 해 전 교통사고를 낸 차량이 수리를 위해 공업사로 견인된 뒤 한참 만에 동승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사건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잘 지켜내야 할 임무를 부여받은 경찰과 구조·구급대원들의 행태가 기강해이라는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음주 운전자에 대한 ‘국민적 관용’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됐다.

하지만 각종 사건사고를 대하는 경찰과 구조·구급대원들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음주운전을 방조했다가 이번 사고에서 의식불명인 채로 발견된 20대 동승자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도 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경찰과 구조·구급대원들은 꼼꼼한 근무태도를 보여줘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경찰과 구조·구급대원들을 신뢰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지 미리 대비를 해 두면 걱정할 일이 없다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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