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또 가슴 철렁할 일이 벌건 대낮에 사법부 최고의 기관 정문 앞에서 벌어졌다. 27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 차량에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사람은 70대 남자.

돼지농장을 운영하면서 친환경인증 부적합을 받아 손해를 봤다며 민사소송을 냈는데 얼마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정을 받자 억울하다며 일을 벌인 것이다.

인명을 살상할 목적으로, 그것도 사법판결에 불만을 품고 테러를 저지른 행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엄벌을 받아야 할 중대 범죄다.

그리고, 다만...

사법부의 모든 구성원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고해성사를 해보라.

지금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는 내용들이 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전정권 사법부의 사법 농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국민들은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

이번 화염병 투척 사태도 현 사법부의 후속 개혁이 지지부진한 와중에 국민의 사법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경고음으로도 들린다.

양승태 사법부의 고위 법관들이 무더기 수사를 받는 데 이어 관련 현직 법관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를 두고 법원 내에서는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다.

김명수 사법부는 양승태 사법부가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3차례 자체조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검찰 압수수색에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이 나왔다.

화염병을 던진 남 씨는 사법 농단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왜 화염병을 던졌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권익을 찾기 위해서요"라고 답했다.

남 씨 개인의 소송이 승복할 만한 판결이었는지와 별개로 공정한 재판이야말로 국민이 사법부에 바라는 최고의 가치다.

고위 법관이 어느 대통령 때 임명됐는지와 관계없이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어야 국민은 사법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지 않는다.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은 최근 행정부의 이민자 망명 금지를 위법으로 판결한 판사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판사'라고 비판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에 오바마 판사,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 클린턴 판사는 없다”고.

대한민국 사법부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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