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정원초과…이례적 위급상황 고려해야
1심 징역 6월 선고유예→업무상과실치사 무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조종면허 없는 운전자가 강에서 위험에 빠진 이들을 구하려 수상오토바이에 태우다가 전복해 익사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운전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통상적인 수상오토바이 운행 영업을 한 것이 아니라 위험에 처한 일행을 피신시키려는 이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송인혁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6월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다만 조종면허 없이 수상오토바이를 운전한 혐의(수상레저안전법 위반)는 유죄로 인정,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7월 21일 괴산군의 한 강에서 수상오토바이를 몰던 중 물살이 세고 수심이 깊은 강의 중간지점으로 향하는 B(사고당시 19세)씨 등 4명을 대피시키려 수상오토바이에 태우다가 전복돼 B씨가 숨지는 사고를 냈다. 수상오토바이 정원은 3명이었고, A씨는 정식 조종면허를 취득하지 못한 상태였다.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6월의 선고유예형을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수상오토바이 탑승자에게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토록 하고, 정원을 초과해 사람을 태워 운행할 수 없으며 지정된 선착장 등에서 사람을 태워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지만, 이는 통상적인 경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과 같이 수중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는 경우까지 동등한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으로서는 당시 상황에서 사고 발생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사고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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