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든 망루

(동양일보) 아르메니아, 조지아와 더불어 코카서스 3국으로 분류되는 아제르바이잔은 우리에게는 낯선 나라지만 카스피해 석유 생산국으로 유명하다.

나라 이름인 아제르바이잔이 ‘불의 땅’ 이라는 뜻이 말해주 듯 석유, 가스등 천연 자원이 전 국토에 걸쳐 매장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화폐에도 석유 시추공이 등장한다.

중동의 여러 나라들처럼 석유로 인한 경제적 여유로움이 공항, 모스크 등 사회 전체 기반 시설에서 묻어난다.

지금은 관광지가 비교적 한적한 편이나 차츰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직항이 없어 카타르 도하를 거쳐 입국해야 하고 비자를 발급 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코카서스 3국을 이해하는데 아제르바이잔 여행은 의미가 있다.

코가서스 3국중 유일하게 이슬람교를 믿는 아제르바이잔은 정통 기독교를 받아드린 아르메니아, 조지아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

3국이 강대국 틈새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똑같은 역경을 겪었음에도 3국 모두 독자적인 언어와 종교, 문화를 지닌 점은 꽤 흥미롭다.

이러한 특징들이 코카서스 3국을 여행하는데 있어 묘미가 아닐까 싶다.

아제르바이잔 여행은 수도인 바쿠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데 바쿠는 12세기 이후 실크로드 중계무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내륙을 통해 입국한 상인들과 이란을 거쳐 카스피 해를 건너온 상인들이 모여드는 지정학적 위치였기 때문에 바쿠는 자연이 교역지로서 입지뿐만 아니라 많은 대상들이 오고 감에 따라 도시적 면모도 갖추게 됐다.

바로 이 옛 바쿠 시내 성곽의 평면도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올드 시티 바쿠의 핵심 여행지로는 슈르반사 궁전과 메이든 망루를 들 수 있다.

수르반사 궁전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무색할 만큼 생각보다 규모나 여러가지 면에서 별반 감동은 안 느껴진다.

궁전과 별궁, 왕실 무덤, 왕실 전용 모스크, 왕실 목욕탕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리 큰 규모라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랜 역사 속 건물이 아닌 복원형식의 건물이라 시간의 흔적은 느낄 수 없고 실내는 다분히 현대적이며 유물 또한 빈곤하다.

그래서인지 수르반사 궁전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아제르바이잔에서 제일 흥미롭게 볼거리는 메이든 망루가 아닌가 싶다.

랜드마크라 할 정도로 고풍적이면서 8층 높이의 위엄 있는 망루는 무척 인상적이다.

그러나 겉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슬픈 전설이 있다.

아버지가 친딸을 사랑해서 급기야 친딸에게 청혼을 하는데 그 청혼을 도저히 받아드리지 못한 딸은 아버지 땅이 전부 내려다 보이는 높은 망루를 세워주면 결혼해 주겠다고 차일피일 결혼을 미뤘다고 한다.

탑이 완성 된 이후에는 더 이상 버틸 구실이 없어 결국 8층 높이 메이든 망루에서

뛰어 내려 자살을 택했다고 한다.

어째든 입장권만 사면 망루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고 8충 높이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망루 근처엔 기념품을 파는 작은 가계들이 좁은 골목 사이로 줄지어 있고 주변 아름다운 모스크는 망루를 이국적인 풍경으로 연출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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