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피하려면 병상 줄여야…병실 잃은 환자 피해 우려
공사비 부족한 중소 의원 ‘한숨’…“정부 차원의 지원책 절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모든 의료기관의 병상간격을 전부 1m 이상으로 넓히도록 하는 제도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지역 중소 병·의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병원 내 메르스 감염사태 등의 발생으로 지난해 2월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이 시행규칙을 보면 의료기관은 내년 1월 1일부터 병상 간 거리를 1m 이상 확보해야 하고, 병실을 신·증축할 경우엔 1.5m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를 어기다 적발되면 시정명령에 이어 1년 범위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개설 허가 취소나 의료기관 폐쇄 명령까지 받을 수 있다.

현재 간격보다 불과 몇 ㎝가 부족해 병상 수를 대폭 줄여야 하거나 공사를 해야 하는 일부 병·의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다인실이 많고 침상 간격이 좁은 편인 요양병원의 타격이 크다.

청주지역 요양병원의 경우 대부분 병상 간격 규정에 맞게 병상 재배치나 병실 증축 등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 병원들도 병상 수 감소로 병실 운영 문제가 발생하거나 매출 감소 등이 불가피하게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전국 1500개 요양병원의 26만여 입원실 규모를 감안할 때 10%의 병상 수가 줄어들 경우 요양병원 퇴원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했다.

새 법령의 기준 적용도 고민이다. 복지부 기준으로는 ‘병상 난간 간격’에 따라야 하지만, 법제처는 측정 기준을 ‘매트리스 틀 간격’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병·의원들은 어떤 기준에 맞춰야 할지 몰라 증축 대신 대부분 병상 수 축소를 선택했다.

그러다보니 병상이 100개 미만인 소형 병·의원은 더욱 고민이 크다. 병실 증축 자금 마련이 어려운 이들은 병상 수 축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수익 악화로 폐업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청주시내 한 정형외과의원의 경우 기존 병상 23개를 운영하는데 제도 시행에 따라 4개 병상을 줄여야 한다. A원장은 “계산해보니 19개 병상으로는 24시간 입원실을 유지하는데 드는 인건비 등 유지비를 맞출 수 없다. 직원 일부를 감축하거나 입원실을 없애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소형 병·의원의 갑작스런 입원실 감축으로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요양병원이나 정형외과 등 노인들이 다수 이용하는 병·의원이 병상 수를 줄이면 하루에 수십만원이 드는 종합병원 중환자실이나 다른 지역의 시설을 수소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병·의원들은 정부 차원의 보상 등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보건당국은 지역 중소 병·의원의 ‘병상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형 병·의원의 경우 비는 병상이 적지 않아 병상을 일부 축소한다더라도 큰 손해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016년 전체 병상 이용률이 78.3%에 그치고 있는데, 이용하지 않는 병상을 없애는 것까지 정부가 보상해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청주 상당보건소 관계자는 “시설 기준 규정이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지만 지난 2년간 충분히 안내한 만큼 추가적인 유예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건복지부의 구체적 기준이 나오는 대로 내년 상반기 중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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