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애
송봉화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2018년 창작거점공간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전시 ‘대청호를 품은 대지와 사람들’의 화보집이 나왔다. 2016년 ‘다시 한지’, 2017년 ‘오래된 미래 한지’에 이어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일시적으로 보고로 끝나는 것이 아닌 미래를 위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취지다.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거점을 둔 마불갤러리를 중심으로 지역 작가들은 지난 11월 7일부터 21일까지 대청호에 얽힌 과거와 미래를 작가들의 손을 빌려 조명하는 전시를 열었다.

송봉화(한국우리문화연구원장) 사진작가는 전시가 아카이브로 남을 수 있도록 한 장면, 한 장면 정성을 다해 카메라에 담아냈다. 본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고 기록한 그의 기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은 대청호로 그려냈다.

책을 넘기면 화보에 따른 충실한 글이 돋보인다. 이상애 미술평론가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록은 작가들의 평론과 한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예술행위로 나타나는 실천적 의식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7명의 작가는 여러 번의 워크숍을 통해 대청호를 탐사하고 1978년 수몰된 마을들의 이야기와 그에 따른 자료를 찾아 각자의 작업으로 보여줬다.

박예지나 작가의 ‘상생과 공존’은 자연에서 순수하게 사물들의 형상을 직관하는 무위의 세계를 표방하는 노장사상의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란 출신의 ‘사라’ 작가는 한지가 지니고 있는 동양사상의 ‘물질과 나’는 ‘하나’라는 몰아일체의 사상에 접근하고자 했다. 소영란 작가는 ‘몸의 기억예술’이라는 주제로 대청호라는 자연과 어릴 적 형성된 자신의 잠재된 자아를 꺼내어 플로팅 기법으로 표현했다.

송봉화 사진작가는 1978년 수몰 전 잃어버린 사진들을 찾아 그 기억에 대한 가치의 소중함과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것들에 이야기 하고 있다.

이강산 작가는 ‘한지와 억새 그리고 씨앗’이라는 주제에 대청호를 떠나 주변을 서성이는 수몰민의 기억과 한지의 재료가 되는 닥죽에 초점을 맞춰 뭉쳐진 닥죽에 씨앗으로 새로운 보금자리의 희망을 노래한다.

이자연 작가는 ‘생성, 성장, 소멸’로 대청호 나루터에 앙상하게 말라버린 수중나무와 죽은 물고기들이 표류하는 현장에서 인간이 변형시킨 자연이 스스로 사유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차은아 작가는 사람 몸에 닥나무가 날개가 되어 바람에 몸을 싣고 덩실덩실 춤추며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한지 옷을 만들었다.

책에는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고뇌들이 숨어있고 대청호에 대한 자연지리 환경까지 수록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선정된 작가 외에도 객원으로 참여한 외국 작가들와 국내 작가들이 대청호를 보고 느낀 사고들까지 책에 담았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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