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 알묘조장이란 제자인 공손추가 호연지기(浩然之氣)에 대하여 묻자 맹자가 이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송(宋)나라의 어리석은 농부의 고사를 얘기하다가 나온 말이다.

맹자는 “호연지기란 지극히 크고 굳센 것이니 정직함으로 길러서 해로움이 없으면 하늘과 땅 사이를 채울 것이다. 의(義)를 행하고 도(道)를 깨우치는 것이 함께 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없다면 굶주림과 같은 것이다. 행동해서 마음에 흡족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궁핍하게 된다. 반드시 일이 있다고 그 효과를 미리 기대하지 말 것이며 억지로 조장(助長)해서도 안 되는 것이니 송(宋)나라 사람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맹자가 예로 든 송나라 사람은 자기 논의 모가 자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그 모를 하나씩 뽑아 올려 다른 사람 모와 같이 하느라고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농부는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서 식구들에게 말했다. “아! 피곤하구나. 모가 하도 작기에 모가 자라도록 도와주고 왔다(助苗長)” 이 말을 들은 아들이 깜짝 놀라 급히 논에 가 보니 모가 모두 말라죽어 있었다.

어리석은 송나라 농부처럼 조급하게 구는 것은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알묘조장(揠苗助長) 이라는 성어(成語)가 유래 되었는데 급하게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망친다 는 뜻으로 발묘조장(拔苗助長) 이라고도 하며 줄여서 알묘(揠苗) 또는 조장(助長)이라고도 한다.

이보다 먼저 공자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논어 자로편(子路篇)에 자하(子夏)가 거보의 읍재(읍장)가 되어 고을 다스리는 방도를 물었을 때 “빨리 하거나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지마라. 빨리 하려고 하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작은 이익을 따지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 고 하였는데 여기에서 욕속부달(欲速不達)과 욕교반졸(欲巧反拙) 이라는 성어가 나왔다. 이 두 성어는 너무 서두르면 도리어 일이 성사되기 어렵고, 너무 잘 하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일을 망치게 되니 성급하게 서두르거나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농부들이 하는 말 중에 너무 부지런하거나 조급하여 작물에 지나친 애착을 가진 사람은 농사를 잘 못 한다고 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화초도 물을 적게 주었을 때보다 물을 많이 주어서 화초를 잘 못 키우는 경우가 더 많다. 장기 격언에도 조차불리(早車不利) 란 말이 있다. 장기 말의 위력을 차, 포, 마, 상, 졸(車, 包, 馬, 象, 卒)의 순서로 말하는데 가장 영향력이 큰 차가 일찍 활동하다가는 장기를 망친다는 경계의 말이다.

우리 민족의 장점이자 최고의 단점이 급한 것이다. 오죽하면 필리핀에 갔을 때 한국 사람인 것을 알고 현지인이 하는 첫 마디가 ‘빨리, 빨리’ 였을까? ‘빨리 빨리’ 하는 국민성으로 세계에서 일찍이 없었던 경제성장을 하고 1997년의 IMF사태와 2008년의 세계적인 경제 한파 속에서도 회복하였지만 그것이 화가 될 때도 많다. 어디 이뿐이랴 세계에서 교육열이 높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녀 교육도 유치원에서부터 극성을 떠는 과열된 조기교육과 사교육, 외국 유학 붐도 성급한 국민성에 기인하며 그 외 모든 정책이나 시책도 사전 연구 없이 공명심으로 급히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정당성과 합리성, 방향성과 효율성을 따져 올바른 성과가 있도록 천천히 해도 제대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정책은 국민이 낸 혈세로 시행하고 나라의 장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2019. 1, 13 스페인 프로 축구 1부 리그 ‘라리가(La Liga)’에서 한국 소년 이 강인이 발렌시안 역사상 만 17세 327일의 나이로 가장 어린 나이에 정규 리그 데뷔전을 치른 외국인 선수가 되었다고 발렌시안 구단이 밝혔다. 이 강인은 작년10월 스페인 국왕 컵 32강전에 뛰며 한국인 최연소 유럽 1군 경기 데뷔 기록을 세운데 이어 이번엔 가장 어린 나이에 유럽5대 1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경기에 뛴 선수가 되었다. 이 강인이 대견하고 자랑스럽지만 성급한 마음이 지나쳐 알묘조장 하지 않고 대성 할 수 있도록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성원해 주는 여유 있는 국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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