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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사지(四知)
동양칼럼/사지(四知)
  • 동양일보
  • 승인 2019.01.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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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준 희/논설의원/소설가/한국선비정신계승회회장

(동양일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아는 것. 이를 사지(四知)라 한다.

이 말은 저 후한(後漢)의 양진(楊震)이란 사람한테서 나온 말인데 양진은 그의 해박한 지식과 청렴결백으로 관서공자(關西公子)라는 칭호를 들었다. 그런데 이런 그가 동래(東萊)라는 곳에 태수(太守=고대 중국에서 군(郡)의 으뜸 벼슬)로 부임하러 가던 도중 날이 저물어 창읍(昌邑)이란 곳에서 묵게 되었다.

이때 창읍 현령(縣令) 왕밀(王密)이 밤이 늦어 양진을 찾아갔다.

그는 양진이 형주(形州) 자사(刺史=각주의 으뜸 벼슬)로 있을 때 무재(茂才=수재(秀才)로 추천한 사람이었다.

“나리. 험로에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왕밀이 양진에게 큰절을 하더니 그 앞에 꿇어앉았다.

“편히 앉으시오. 헌데 이 밤중에 웬일이오?”

양진이 묻자 왕밀이

“예. 나리!”

하더니 품속에 품고 있던 10금(金)짜리 금괴를 양진의 앞에 내놓았다.

“아니 이게 뭐요?”

양진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채고 왕밀에게 물었다.

“금입니다!”

“금?”

“예!”

“왜 금을 가져왔소?”

“나리께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뭐요?!

양진이 금괴를 왕밀에게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가져가시오. 나는 그대를 청렴한 관리로 믿어왔는데, 그대는 나를 부정한 관리로 보고 있군. 빨리 가져가시오. 나는 깨끗함을 보배로 알고 있고 그대는 금괴를 보배로 알고 있으니 내가 만일 이 금괴를 받으면 우리 두 사람은 다 같이 보배를 잃고 말아. 빨리 가져가시오!”

그러자 왕밀은

“나리! 지금은 밤중이라 아무도 아는 이가 없습니다. 하오니...”

왕밀이 금괴를 도로 양진이 앞으로 내밀었다.

“어허! 가져가라는데 웬 말이 그렇게 많은가. 지금은 밤중이라 아무도 아는 이가 없다니.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알거늘 어찌 아는 이가 없다하는가”

양진은 문을 열고 금덩어리를 마당으로 집어던졌다. 그러며 큰소리로 대갈일성(大喝一聲) 꾸짖었다.

“네 이노옴! 네 죄를 네가 알렷다! 관인의 몸으로 재물을 밝히다니. 내 당장 네 놈을 하옥시키고 싶다만 부임하는 첫날 사나운 꼴이 보기 싫으니 조용히 물러가라! 알겠는가?”

분기탱천한 양진이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관후(寬厚)하기로 이름난 양진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예, 나리!”

왕밀이 기어드는 소리로 대답하며 뒷걸음질 쳐 밖으로 나갔다. 양진이 그런 왕밀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자알 듣게나. 그대는 지금이 한밤중이라 아무도 안 봐 아는 이가 없다했는데 이는 천지(天知) 지지(地知) 여지(汝知) 아지(我知)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알아 사지(四知)일세. 그러니 부디 앞으론 청렴 강직한 공인이 되게, 알겠는가?”

“예, 나리! 나리의 말씀 명심해 필생토록 청렴하게 살겠습니다”

“암, 그래야지. 내가 동래 태수로 있을 때 그대가 청렴결백한 관인이 되는 모습을 보고프이”

“예 나리!”

왕밀이 허리 굽혀 머리를 조아리더니 양진에게 큰절을 했다. 맨땅에서 였다.

사지란 십팔사략(十八史略)과 후한서(後漢書) 양진전(楊震傳)에 나오는 이야기로 공직인들이 꼭 알아서 지켜야 할 명언이요 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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