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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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30년 전부터 개발되어 1000대 이상 생산된 육군의 K-9 자주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품 무기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세계 최고 성능의 자주포라고 자랑하지만 아직도 컴퓨터는 도스(DOS) 환경이다. 작년에서야 처음으로 개량된 윈도우(Window) 환경의 K-9A1형이 나왔다. 4차 산업혁명에 진입하는 시기다. 그런데 육군은 40만원의 컴퓨터에도 장착된 윈도우 시스템을 40억원이 넘는 고가 무기에 장착하지 않은 채 원시적으로 사용해 왔다. 해병대는 20년 전부터 상륙전의 주력으로 25억원을 호가하는 상륙돌격장갑차(AAVP7A1)를 운용해 왔다. 그런데 이 장갑차에는 1000만원대 승용차에도 부착되어 있는 네비게이션(GPS)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복잡한 지형을 돌파하는 작전 임무를 수행할까? 맨 앞의 지휘용 장갑차를 따라다녀야만 한다. 안 그러면 위치를 몰라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현재 군에서 가장 많이 운용하고 있는 헬리콥터는 UH-60, 일명 블랙호크다. 100억원이 넘는 이 헬기에도 네비게이션이 없다. 조종은 조종사의 육안과 종이 지도에 의존한다. 요즘에는 휴대폰으로 전자지도를 띄워놓고 조종사가 계기판과 휴대폰을 번갈아 보는 해괴한 조종기술이 등장했다.



참으로 우리 군에 이상한 것은 세계 최고 성능의 첨단 무기를 재래식으로 써먹는다는 점이다. 한 번 도입한 무기라도 고쳐보고 개선해서 얼마든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 군의 지휘관들은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 당연히 지식과 기술이 축적될 리가 없고, 오직 새로운 무기 도입을 위한 로비능력만 발전하게 되어 있다. 마치 두더지가 새로운 굴을 파기만 하지 이전에 굴이 무너지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 것과 같다. 암탉이 알을 부화시키는 데는 관심이 없고 주구장창 새로운 일을 낳는데 만 몰입하는 것과 같다. 그게 바로 지식과 기술이 없는 우리 군의 실상이다. 올해 46조원의 국방비는 5년 뒤에는 60조원 규모로 일본의 방위비를 추월한다. 경제 대국에서나 가능한 국방비를 자랑하는 이 나라지만 국방 기술과 무기 개발능력은 국방비가 우리 절반도 안 되는 이스라엘보다도 뒤쳐진다. 심지어 국방비가 우리의 6분의 1에 불과한 스웨덴에도 추월당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무기를 진화적으로 개발하고 성능을 개량하는 노력이 거의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국방비를 60조원을 투입하더라도 앞으로 외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되어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군에서 운영하는 종합정비창부터 폐지해야 한다. 현재 공군에는 4개(81, 82, 85, 86), 육군에는 3개의 정비창(종합정비창, 특수무기정비단, 항공기정비단)이 있다. 이 7개의 정비창은 고장 난 장비를 해체하여 멀쩡하게 다시 가동되도록 하는 걸 본연의 임무로 알고 있다. 정비창은 무기를 만들어 본 사람들이 아니다. 부품 갈아 끼우고 볼트를 조이는 일종의 정비소라고 보면 된다. 이들에게 무슨 기술적 진화와 성능개량을 기대할 것인가? 무기를 만들어 본 엔지니어만이 자주포의 도스 시스템을 윈도우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다. 무기를 만든 민간업체에 군에서 하는 정비 기능만 이관하면 될 일이다. 무기의 조립라인은 무기를 해체하는 창급 정비라인으로 그대로 활용해도 된다. 최근 군의 정비창은 병력 감소로 기본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낮은 수준의 기술력 때문에 일거리도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지상무기 방산 업체가 밀집한 경남 창원과 항공정비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청주에 최소 3만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육군과 공군의 정비창과 군수사령부의 물류기지까지 전부 지자체와 민간업체가 떠맡고 덤으로 국방기술에 대한 교육과 훈련까지 담당하는 종합 정비물류센터를 거점 도시를 지정해 만드는 것이다. 청주는 종합 항공센터와 전자부품 기지, 조종사 교육훈련센터를 특화함으로써 민수와 군수 항공을 지원하는 기지로 재창조될 수 있다. 그동안 안 했기 때문에 안 된 일이다. 잠재력이 충분하다. 매년 2조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이렇게 군과 민의 기능을 융합하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즉각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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