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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항계/ 아침까치
풍항계/ 아침까치
  • 동양일보
  • 승인 2019.01.22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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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동양일보) 까치는 까마귀 과의 새이다. 우리나라의 새(국조·國鳥)로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새(익조·益鳥)다. 이게 우리나라 텃새인데 마을 부근의 높은 나뭇가지 위에 마른 가지로 둥지를 틀고 살았다. 그야말로 몇 십 년 몇 백 년이나 된 나무 위 높디높은 곳에 나뭇가지를 물어다 어설프게 얼기설기 집을 지어놓아서 바람이라도 불면 금세 날라 가버릴 것 같은데 굳게 오래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게 이렇게 엉성해 보이지만 튼튼하기가 기십 년이 가도 끄떡없고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하나도 새지 않는다고 하니 참으로 마련이고 조홧속이다.

그런데 이 까치집이 요즈음은 보기 어렵다. 본다 해도 몇 해나 묵었는지 모르는 빈 집이다. 왜냐하면 현대화 물결을 타고 시골 구석구석이 그 동안 많이도 변화했기 때문이다. 농약 때문에 까치가 많이 죽어 그 개체수가 종전보다 훨씬 줄었을 뿐만 아니라 비닐하우스의 증가로 먹잇감에 섣불리 접근하기가 어려워졌고 과수농가에서는 과실의 보호를 위해 까치의 접근을 막으려고 그물을 치고 총으로 위협을 하니 발붙일 곳이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부락의 인근나무 위에 집을 짓지 못하고 동네에서 떨어져 있는 철탑이나 전신주 위에 집을 지어보지만 이도 전기누전의 원인을 준다며 철거당하는 형편이다.

지난날엔, 아침에 까치가 집 앞에 와서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실은 이 말은, 마을부근에 있는 까치가 낯선 사람(손님)이 마을의 집에 오면 그 집 앞에서 마구 시끄럽게 울어댄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함) 그래서 영험한 새로 여겼다.

그런데 이 마을에 실제로 ‘아침까치’ 가 있었다. 하지만, ‘손님이 온다고 아침에 집 앞에 와서 운 까치’ 가 아니라 사람이다. ‘종잘거리기는 아침까치로구나’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손님이 오지 않아도 아침이면 까치가 얼마나 시끄럽게 울어대는지 이런 말이 나왔을까마는, 그래서 ‘말소리가 유난히 큰 사람’을 이르는 말이 됐다.

“저 저 총소리 좀 봐, 저 길 건너 과수원에서 공포탄 쏘는 소리 아녀?” “까치 쫓는 소리여. 까치가 잘 안 보이지만 얼마 남아 있는 놈들이 과수원으로 들이닥치는 모양여. 아주 성가셔 죽겠댜.” “길조며 익조라는 말도 옛말이 됐어. 저렇게 해가 된다고 쫓아내니 말여.” “까치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시집가버린 ‘아침까치’ 생각이 나네. 참 잘 지껄였지.” “응 갸, 얼마나 시끄럽게 종잘종잘 대는지 오죽하믄 어엿한 교순 이라는 이름 두고 아침까치라 했겠는가?” “하여튼 재미있는 애였어. 한번 시작하면 하루 종일 이래두 종잘종잘 지껄이는 애니께.” “당시엔 왜 같은 또랜데두 남자여자 애들이 서로 내외하느라 서먹서먹해 하면서 얼굴을 바로 대하지도 못했는데 얘는 그런 것두 없이 우리 남자애들한테두 니니내니 하면서 스스럼없이 말을 놓구 다가왔잖여.” “지 엄마는 말수도 없이 조용한 사람이고 아침까치는, 막내 사내동생 하나에다 일곱이나 되는 여식들 중 넷째로 걔 하나만 지 아버지 닮아 그런 거라면서 당시 어른들이 쿡쿡 웃어넘기곤 했지 왜.”

걔 아버진 키가 멀쑥하게 커서 마을사람들이 바지랑대라 했다. 이 바지랑대가 농기구를 들고 논밭에 가다가 또는 옷 말쑥하게 차려 입고 읍내 장에 가다가 동네 아낙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이야기장단을 늘어놓는다는 것인데, “아이구 마님 납시었네. 그래 집안 대소사가 무탈하지유?”, “얼래, 아줌니 오래간 만에 뵙네. 서울 올라가 있는 셋째한테는 한번 갔다 오셨는가유?” 등의 머리인사치례부터 하고는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한도 끝도 없이 오만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지껄여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아침까치의 종잘댐은 시시해서 지루한 그래서 얼른 끝나기를 기다리는 제 아버지의 너스레와는 달리 그저 재미있기만 하고 생각지도 못한 것이라 동네어른들이 일부러 데려다 말을 시키곤 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무슨 이야기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목적하고 그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받아치는 순발력에 거기에 제 생각을 덧붙이는 야무진 말솜씨에 넋을 놓는 것이다.

“그래 그 아침까치도 지금은 우리같이 늙었겄지?” “그 막내 동생한테 들으니께 시집간 동네서는 변호사라는 별명을 달고 간간 동네사람들의 어려운 일에 도움을 주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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