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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환경발자국
동양칼럼/ 환경발자국
  • 동양일보
  • 승인 2019.01.2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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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전 금강유역환경청장

(동양일보) 지난 연말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은 과학기술계 인사 및 일반인 7831명의 온라인 투표결과를 토대로 ‘2018년의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선정하여 발표했다. ‘과학기술 이슈’ 부문에서 4건 ‘과학기술 연구개발’ 부문에서 6건이 선정되었는데, 과학기술 이슈 중 3건이 환경 관련 이슈였다. 미세먼지와의 전쟁, 플라스틱의 역습, 탈원전·신재생에너지 관련 갈등이 그것이고, 나머지 하나가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 성공이었다. 소득수준은 높아졌는데 삶의 질까지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요즘은 미세먼지 탓에 사람들의 일상 풍경도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미세먼지 농도를 살피는 게 첫 일과가 되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친구들과의 약소도 취소하고 퇴근 후 곧바로 집에서 실내운동을 한다. 옛날의 ‘3한(寒) 4온(溫)’을 대신하여 ‘3한(寒) 4미(微)’라는 신조어가 등장하였다. ‘3일은 한파가 4일은 미세먼지가 몰아친다’는 의미이다. 추워서 미세먼지 때문에 산책이나 등산하는 사람들이 대폭 줄었음을 근처 공원이나 산에 나가보면 금세 실감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가장 큰 이슈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케미포비아(chemiphobia)’ 시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화학물질 공포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리고 여름만 되면 4대강에서 녹조가 발생하여 몸살을 앓고 있다. 사계절 내내 돌아가며 환경문제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옭아매고 있는 형국이다. 시간과 장소를 달리할 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몇 개쯤 안고 사는 것과 같이 불안하다. 동시에 터진다면 사회적 혼란이 극심할 것이다. 아니 이미 동시다발적인 폭발단계에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와 생활방식으로 지구 생태계가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경고는 오랫동안 있어 왔다. 그 동안 정부도 민간단체도 개인도 환경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을까? 환경보전이라는 총론에는 의견을 같이하면서 개별적 실천이라는 문제에 직면해서는 개개인이 보이는 이율배반적 행태가 문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치 아침에 일어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오늘도 산책하기는 힘들군’ 하면서 자동차 열쇠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환경보호를 위해 조금의 불편을 감수해 아름다운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는 막연한 당위론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런 것이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버린 비닐봉지나 캔 등의 쓰레기가 자연적으로 썩어 분해되는 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는지 가르치는 것이다. 쓰레기 별로 땅에서 자연 분해되는 기간은 짧은 것은 대략 2주에서 길게는 수 백년이 걸리니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버린 페이퍼 타올이나 티슈가 분해되는 데 약 한 달이 걸리는 반면 플라스틱 생수통은 500년, 유리병은 100~200만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페이퍼 타올을 버릴 때에 비하여 플라스틱 생수통을 버릴 때 훨씬 큰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는 것과 행동이 단절된 것이다.



이러한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 ‘환경발자국’이다. 개개인이 일상생활에서 지구에 남기게 되는 여러 가지 환경 영향을 지표화한 것이다. ‘탄소발자국’, ‘물발자국’, ‘생태발자국’이 그것이다. ‘탄소발자국’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CO2)를 발생시키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물발자국“은 농산품을 비롯한 상품이 만들어질 때 소비되는 물의 양을 뜻한다. 예를 들어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서는 물 140ℓ가 필요하고 쇠고기 1㎏을 생산하는 데는 물 1만6천ℓ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생태발자국‘은 우리 인간이 자원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토지의 면적으로 환산한 것으로 생태발자국을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새롭게 개발된 환경발자국 지표가 정책화된 것의 대표적 사례가 탄소세이다. ’탄소발자국‘이 높은 상품에 대하여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 더 하여 ’물발자국‘, ’생태발자국‘을 감안한 정책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언제까지 도덕 윤리에만 의지할 것인가. 처벌 없는 규범은 법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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