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충북본부, 청주지검서 규탄 기자회견
구속영장 청구서 ‘암적 존재’ 표현 논란에 반발

23일 오후 청주지검 앞에서 열린 노조혐오 검찰 규탄 기자회견에 참가한 민주노총 충북지부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청와대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노조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 구속영장에 포함된 노조 혐오 표현에 대해 민주노총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23일 오후 청주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암적 존재’ 운운하는 공안검찰이야 말로 노동적폐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청주지검을 비롯해 부산·대구·창원·제주 등 지역 검찰청 앞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충북본부는 “46년 만에 ‘공안부’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공공수사부’로 이름을 바꿨지만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노조지회장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민주노총을 ‘암적 존재’라고 부르는 등 천박한 노조 혐오 인식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뻔뻔함을 보였다”며 “책임을 모면하려면 수사권 다툼을 벌이지 말고 시원하게 구속영장 청구권도 경찰에게 넘겨라”고 꼬집었다.

충북본부 관계자는 “길바닥 극우파 수준의 저열한 노조 인식 수준을 드러낸 것으로 조합원들의 분노가 크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의 분노가 크다”며 “검찰의 구태는 자기혁신 없이는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경찰이 김 지회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 청구서 상 문구가 발단이 됐다. 특히 지난 21일 김 지회장의 구속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된 뒤 영장 신청의 적절성과 수사의 객관성이 도마에 올랐다.

김 지회장은 18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이 상습적으로 미신고 집회를 벌이는 등 김 지회장에 대한 집시법 위반 사건 6건을 병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노조 측은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경찰은 김 지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민주노총은 암적 존재’라는 문구를 넣었고, 검찰은 수정 지휘 없이 법원에 그대로 청구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문제의 표현은 14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민주노총을 가리켜 ‘대한민국의 법치와 경제를 망치는 암적 존재’라고 한 대목을 인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반복되는 기습시위에 대한 위해 가능성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공적문서에 ‘암적 존재’라는 표현을 한 것은 수사기관의 객관성을 의심케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