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은폐 의혹’ 고발인조사 후 등사 신청 불허
검찰 “사건 관련자 일부 비실명 처리해 공개” 결정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검찰 내 성폭력 감찰 무마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수뇌부를 고발한 임은정(45·사법연수원 30기)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자신의 고발인 진술조서를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검찰은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비실명 처리하고 조서를 복사해 주기로 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부장검사는 고발인 조사에서 작성된 자신의 진술조서 등사를 거부한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임 부장검사는 전날 오후 제출한 소장에서 “이 사건 고발인 진술조서는 사건 관계인에 한 명예나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전혀 없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임 부장검사는 지난해 5월 김진태 전 검찰총장 등 옛 검찰 수뇌부 6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2015년 김모 전 부장검사, 진모 전 검사의 성폭력범죄를 수사하지 않고, 진 전 검사에 대한 감찰을 중단했다는 이유에서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 22일 임 부장검사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후 자신의 진술조서에 대해 열람 등사를 신청했으나 “기록의 공개로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 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허됐다.

임 부장검사는 자신의 SNS에 “검사생활 18년 동안 그런 경우(불허)를 처음 봤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병우 민정수석,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 기소한 서울중앙지검은 정작 검찰 내부 범죄를 은폐한 전직 검찰총장 등의 직무유기 사건은 방치하며, 고발인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조차 저에게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임 부장검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이날 사건 관련자 일부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하고 진술조서를 공개키로 방침을 바꿨다.

검찰 관계자는 “사생활이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제삼자의 이름을 가리고 조서를 복사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의 고발 배경이 된 검찰 내 성폭행 사건 당사자에 대한 법원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2015년 서울남부지검 재직 지설 여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빗대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나 사직한 김 전 부장검사는 다른 성추행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기소됐고,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같은해 회식자리에서 술 취한 후배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진 전 검사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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