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석 시인·제천문인협회 회장

한인석 시인·제천문인협회 회장

(동양일보) 아직 매서운 바람이 일고 있지만 설날 무렵 제천 5일장의 풍경은 멀리서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노릇노릇한 통닭구이, 통통한 도넛이 식욕을 바다를 막 박차고 나온듯한 싱싱한 생선은 구워놓고 바삭 하게 구운 김에 흰 쌀밥을 싸서 먹고 싶은 비주얼이다.

엄마 손 잡고 따라 나섰던 장날, 알사탕 하나만 입에 넣어줘도 행복했던 그 때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겁기만 했던 장날에 엄마가 보따리 가득 사오는 것들은 양은냄비, 검정고무신, 옷가지들 그리고 꽁치, 미역 등 반찬거리 같은 생필품들이었다.

인터넷 시대에 스마트폰과 홈쇼핑, 택배 문화가 발전하면서 편리함을 추구하다보니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하는 요즘 젊은이들.

대학생 딸보고 ‘장 구경 가자’고 하니 ‘주차하기 힘들고 물건 들고 오기 힘든데 그냥 대형마트로 가자’고 한다.

우리세대는 그냥 그런 불편한 것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려지는 풍경이 좋고 구수한 정이 그립고 많은 볼거리가 있어서 가고 싶은 것인데 젊은 세대에서는 그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쇼핑 문화가 이렇다 보니 지역 상권은 점점 침체의 늪으로 빠져든다.

새로 창업하는 점포도 버티고 버티다가 헤어나지 못해 결국은 문을 닫아야 하는 아픔 속에 ‘점포임대’라는 셔터를 내린 곳이 여기저기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제천시가 한국조폐공사와 함께 제천지역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모아’ 라는 새로운 화폐를 찍어내려고 한다. 제천의 자금이 외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안간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안간힘이 소득을 얻으려면 무엇보다도 상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역화폐를 왜 발행해야 하는지 부정적인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는 결코 모험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정면 돌파라는 것을 인지하여 가맹점 가입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약간의 번거로움 쯤은 감수해야할 그들의 몫이다. 그 이후에는 시민들이 적극 나서서 ‘제천화폐’를 구입하여 사용량을 점차 늘려간다면 상생의 삶이 즐겁지 않겠는가.

제천의 화폐로 제천의 5일장을 제대로 즐겨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지역화폐를 쓰는 즐거운 쇼핑의 추억을 가족들과 함께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가 있다는 것은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는 밑거름이며 애향심의 발로가 될 것으로 믿는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