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까치설날이 지난 지 이레 가까이 되었다. 예년에 비하면 올해는 덜 춥고 눈도 덜 오는듯하다. 한편으로는 춥지 않아서 좋기는 하지만, 농심(農心)으로 보면 올 한해 농사가 걱정이기도 하다. 눈이 많이 와야 풍년이 온다고 하는데 올 여름 가뭄과 폭염이 걱정되기도 하다. 과거에 비해 우리네 정서도 많이 변하였다.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얼음도 지치고 눈썰매 얼음썰매도 타고 대나무 스키도 타며 겨울의 많은 추억거리들을 만들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겨울이면 참새 꿩 잡이 토끼몰이 등으로 농한기의 겨울을 지냈다. 어린 시절 아련한 경험으로 물 고인 논 혹은 저수지 개울 등의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타던 추억, 뒷동산 비탈길에서 대나무로 스키를 타던 시절 혹은 비료 포대로 눈썰매를 타던 아련한 추억이 지금도 회상된다. 한겨울 눈이 많이 쌓인 집 앞마당가의 볏짚더미에는 덜 털린 벼가 남아있다 보니 참새가 가끔 와서 놀다 가기도 하였다. 그런데 눈이 많이 온 날은 참새도 먹 거리가 눈 속에 묻혀 산태미 아래 벼를 놓고 나무로 고인 후 참새를 잡아 화로불에 구어 먹던 추억도 있다. 과거 농촌이 주거주지이고 70~80%의 국민이 살다보니 많은 이들이 시골과 관련된 많은 추억거리가 있다. 춥고 배고픈 한 겨울 밤은 왜 이리 길던지? 긴긴 동지섣달의 밤은 전기도 없던 시절에는 더욱 더 길었다. 그러다 보니 밤참으로 비빔밥 먹기, 고구마에 동치미 먹기, 화로에 군밤 구워먹기, 화투치기, 윷놀이 등으로 긴긴 밤을 세이며 달래기도 하였다. 이러한 유년기의 추억이 서려 있는 중.장년들은 눈 얼음 썰매와 관련된 많은 소중한 추억이 있다. 오늘은 이와 연관된 소소한 얘기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우리가 이야기 하는 눈 겨울하면 생각나는 눈 겨울의 대명사인 눈은 무엇인가? 눈(Snow)은 구름으로부터 내리는 얼음 결정으로 여러 형태를 띠며 보통 2㎜ 정도 크기이다. 적설량은 일정 기간 동안 누적된 눈의 양이고 눈 결정은 침상(針狀) 각주상(角柱狀) 판상(板狀) 등의 여러 형태를 뛴다. 크기는 작아서 돋보기를 써야 관찰 할 수 있고, 눈결정은 내릴 때 서로 엉겨 눈송이를 만든다. 눈송이는 보통 1cm 정도이며 수천 개의 눈 결정이 엉겨 붙어 수십cm의 눈송이도 만든다. 함박눈은 포근한 날 잘 내리며 눈송이가 커서 잠시 동안 온 세상을 은세계로 만든다. 함박눈은 끈기가 있고 잘 뭉쳐져 눈사람을 만들기 최고이다. 눈과 함께 연상되는 얼음(Ice)은 물의 고체상태이다. 인공적으로 얼음을 만들지 못했던 옛날에는 천연얼음을 저장하는 방법 외에는 얼음을 얻을 수 없었다. 따라서 저장법은 오래 전부터 발달하였으며, 6세기 초 신라 때는 석빙고가 있었다. 땅속 깊이 갱을 파고 내벽을 돌로 쌓아 올려 얼음의 용해를 방지하는 특수한 저장시설이다. 조선시대 1396년(태조 5)∼1894년(고종 31)까지는 한강 하류 두모포(豆毛浦)에 1개의 얼음 창고를 두어 국가 제사에 사용하는 얼음을 보관하였고 이를 동빙고(東氷庫])라 하였다. 또한 별도로 8개의 얼음 창고를 두어 왕실의 주방용 및 고관들의 배급용으로 사용하였는데 이를 서빙고(西氷庫)라 하였다. 더불어 겨울에만 즐기는 대표적인 놀이는 썰매이다. 썰매는 눈이나 얼음판 위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끌거나 미끄러지게 만든 기구로 서르매 산서르매 설매 등이 있다. 한자로는 설마(雪馬) 설응(雪鷹)이라 하고 눈 위를 매우 빠르게 달린다는 뜻이다. 썰매에는 짐을 실어 나르는 썰매, 발에 신는 썰매, 아이들이 타고 노는 썰매 등이 있다. 조선시대 17세기 창경궁 창덕궁 등의 재건 공사 시 눈 썰매가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의궤(儀軌)에 있으며 18세기 말 수원성곽의 공사에도 썰매 9틀이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이런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소중한 여행 놀이 등을 한다. 옛날은 먹고 살기 힘들어 식생활과 관련된 추억거리들이 많다. 지금의 Z세대는 의식주가 해결되다 보니 즐기는 삶을 많이 추구한다. 명절 차례 등의 변화도 조금은 버겁지만 받아들이며 시대의 흐름에 맞추는 순리를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아름다운 삶이란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소중한 기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아닌가 싶다. 명절도 이제는 U턴이 아니라 D턴이라고 한다. 복귀보다는 타지에서 머무르고 즐기는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변화된 삶속에 나름의 추억을 만들고 미래를 기억하며 현재 열심히 사는 우리의 모습의 아름답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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