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미투’ 운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투 운동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남녀 간 갈등 프레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미투운동 이후 사회변화에 대한 의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9~59세 남녀 2012명(남성 1030명, 여성 982명)을 대상으로 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18%p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5%(여성 80.7%, 남성 60.7%)가 미투 운동을 지지한 것으로 집계돼 우리 사회에서 미투 운동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공감대를 얻고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미투 운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권력을 악용한 성폭력을 남녀 갈등 문제로 몰아가는 태도(34.9%)’를 꼽았다. 여성(32.2%)과 남성(37.4%) 모두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희석 시키는 것은 성차별에 적절히 대처하는 데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감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27.6%), ‘피해자의 2차 피해’(21.0%) 순이었다. 여성들은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31.8%)에 대해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보여 공정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보여줬다.

미투 운동에 대한 젊은 남녀 간 큰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은 연령대별로 큰 차이 없이 지지도가 80% 내외로 높았지만 남성은 40대·50대가 70% 내외로 높고, 20대와 30대는 50% 내외로 낮은 특성을 보였다. 특히 20대 남성의 지지 비율은 47.2%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절반에 못 미쳤다.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신고 후 사건이 합리적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는 35.6%로 낮게 조사됐다. 성별에 따라 분석하면 여성 중 62.9%, 남성 중 57.2%가 합리적으로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특히 20대 여성의 74.7%가 불신을 표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약 8명(76.7%)이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미투운동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74.5%, 남성 49.7%는 과거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경험한 일들이 성희롱·성폭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여성 62.0%와 남성 58.3%는 과거 자신의 말과 행동이 성희롱·성폭력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성범죄가 합리적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가 낮은 점은 수사·사법체계도 변화된 국민의 의식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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