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전체 하얗게 뒤덮어도 "정치적 사안 민감" 단속 안한채 뒷짐

흰색 물결로 뒤덮인 공주시청 정문 바로 앞 불법 현수막(왼쪽 위)은 무려 24장이나 붙어있다. 중동 주택가(오른쪽 위) 현수막에는 공주보건소도 끼어있고, 공주고등학교 앞 도로가(아래 왼쪽)는 물론 공산성(아래 오른쪽)도 몸살을 앓고 있다. 공산성을 찾은 관광객(가운데)이 불법 현수막을 가리키고 있다.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공주시 공무원들은 부업으로 현수막 장사도 하나요?”

주말에 공주를 찾은 관광객 눈에 비친건 아름다운 백제고도의 경관이 아니라 도심 전체를 뒤덮은 ‘백색 물결’이었다.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로부터 받기를 기대했던 감동 대신 그가 가지고 돌아간건 무수한 불법을 용인하고 있는 ‘공주시 행정의 나태함’이었다.

공주시가 시내 곳곳에 불법 게시된 현수막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지만 단속은 ‘휴업’ 상태다.

현수막은 시청 정문 앞에 버젓이 수십장씩 도배돼 있는 것을 비롯해 공산성 산자락 입구, 중동 사거리, 신관동 상가주변, 가로수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부착 수법도 진화중이다. 공무원들의 눈을 피해 주말에 내걸었다 평일에 떼내는 게릴라식 등 다양한 방법이 판친다.

최근에 급증한 현수막 내용은 ‘공주보 철거 반대’와 ‘국립국악원 공주 유치’가 주를 이룬다.

시 관계자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항은 철거시 시민들의 반발이 여간 거센게 아니다”며 “특히 공주시민 전체가 염원하는 국악원유치 같은 경우 떼내기가 무척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불법 현수막은 도시미관 저해 뿐만 아니라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가리는 등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특히 키 작은 청소년들이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을 확인하지 못하게 방해함으로써 교통사고 위험을 크게 높인다.

행정기관이 ‘곤혹스럽다’는 이유로 특정 사안에 대해 봐주기를 할 경우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자극적 문구와 과장된 내용은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공주보 관련물 대부분 역시 ‘해체 반대’로 도배돼 있기 때문에 상반된 견해를 가진 시민들은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치적 신념이 성숙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이같은 우려 중 하나다.

공주시 관내에는 114개의 현수막 게시대가 마련돼 있다. 부착 가능 면수는 총 511장이다.

1장당 5000원씩 동지역 1주일, 읍면지역 15일씩 허용된다.

허가된 부착 장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부착이 줄지않는 이유는 단속이 느슨하고 과태료 규정조차 없기 때문이다.

공주시 관계자는 “모든 불법 현수막에 대해 자진철거를 요청했다”면서 “계속 게시 할 경우 수일내 모두 제거할것”이라고 밝혔다. 공주 유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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