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완 충북대 약학대학 명예교수·전 부총장

오기완 충북대 약학대학 명예교수, 전 부총장

(동양일보)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에 대한 경각심은 엉뚱하게도 침대로부터 시작되었다. 실내 기준치[148 Bq(베크렐)/m3 또는 4 pCi(피코큐리)/L]를 훨씬 넘는 라돈이 매트리스 등에서 검출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사건이 있기 전부터 실내 라돈이 인체에 심각한 해를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매번 그랬듯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심각성에 더 큰 관심이 고조되었다. 라돈 농도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이유는 요사이 대기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어 실내 공기를 환기할 기회가 많지 않음에 따라 실내 라돈의 농도가 증가해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라돈이 미세먼지보다 훨씬 더 건강에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흡연에 이은 두 번째 폐암원인물질이라는 것이다. 라돈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증거는 16세기부터 나타났다. 유명한 독성학자인 Paracelsus(파라셀수스)는 그의 책 ‘mala metallorum“(나쁜 금속, 1530년)의 책에서 광부들의 질환으로 금속의 유해성을 지적했다. 물론 그 시대에 라돈 등 방사성 물질의 개념은 없었으나 광산 노동자에 대한 건강문제를 지적했다. 이후 유럽의 광부들이 호흡기질환으로 인해 사망하는 일이 잦아졌는데, 그 질환이 폐암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였다. 1980년대부터 폐암과 라돈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라돈은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WHO(국제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의하면 폐암 환자의 3-14%가 라돈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비흡연자로 폐암 가족력이 없는 구성원 또는 이웃이 폐암에 걸렸다면 그 원인으로 라돈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라돈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라돈은 방사성 비활성기체로 무색, 무미, 무취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공기보다 무겁다. 따라서 감각기관으로는 감지할 수 없다. 자연에서는 우라늄, 토륨이 납으로 자연 붕괴되는 과정에서 발생된다. Rn-222 (숫자 222는 원자량)의 반감기가 가장 긴 3.8일이다. 지구상에 흔히 존재하는 물질 중 하나다. 토양이나 암석에 존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우라늄 매장지역이나 화강암에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건축자재에 라돈이 들어있다. 실내에 라돈이 많이 검출된다면 라돈이 많이 함유된 건축자재 때문이다. 대부분의 주택 등 내장재에서 발원하고 있는 라돈은 지금도 아무런 건축법상 규제도 없이 사용되고 있다. 라돈 침대로 한참 떠들썩했던 작년 필자도 실내 라돈 농도가 궁금하여 연구용 라돈측정기로 며칠간 측정해 보았다. 기준치를 넘는 라돈이 검출되어 적잖이 걱정을 한 적이 있다. 부랴부랴 창문을 열고 환기를 했고 2-3일 동안 환기를 시킨 다음에서야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라돈 농도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환기를 통해 라돈을 비산시켜야 한다. 라돈 측정기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어 구입할 수 있다. 공동 주택의 경우 공동으로 구매해 개별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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