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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축·부의금
동양칼럼/ 축·부의금
  • 김영이
  • 승인 2019.03.26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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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강조하지 않겠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그 신분에 맞는 도덕적 의무를 요구받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경주 최씨 부잣집은 무려 300년 동안 12대에 걸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 집안은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만석 이상의 재물은 사회에 환원해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사지 마라, 가문에 며느리들이 들어오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를 실천했다고 해서 오늘날 후세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요즘 세상에 저렇게 살라 하면 모두가 손사레를 치고 이민 간다고 난리 칠 거다. 기본에 충실하게, 사람 도리를 다하며 살자는 정도(正道) 제시로 받아들여야지 실천을 강요하기에는 시대적 상황에 맞지도 않는, 너무나 먼 ‘당신’임을 부정할 수 없다. 
새 내각에 들어갈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 25일부터 시작됐다.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상대 첫날 청문회에선 최정호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의혹이 집중 거론됐다. 부동산 투기를 막고 단속해야 할 주무 장관 후보자여서 여·야의 칼날은 더 매서웠다. 
야당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와 경기 분당 정자동 아파트 등 집 2채와 세종시에 건설중인 펜트하우스 분양권 등 투기지역에 아파트 3채를 가지고 있어 부적격자라며 공격했다. 여당 역시 2016년 차관 재직 당시 빚을 내 세종시 집을 산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질타했다. 최 후보자는 또 지난달까지 살고 있던 분당아파트를 장관 지명 직전 장녀 부부에게 증여했고, 이들에게 월세 160만원을 내며 해당 집에 살고 있는 것은 ‘꼼수 증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지적에 최 후보자는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을 인정하며 국민 앞에 송구하다고 몸을 낮췄다. 
최 씨가 장관 후보자가 아니라면 이런 것쯤은 눈 감고 그냥 넘어갈 일이다. 신분이 높아지다 보니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 앞에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까발려진 것이다. 
한 달여 전 청주지역에서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한 인사가 모친상을 순수 가족장으로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집안의 애·경사시 이런 사례는 가끔 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충북지사를 지낸 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딸 넷을 시집 보내면서 비서실 직원조차 모를 정도로 은밀히 치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신경 쓰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이시종 현 충북지사도 지난해 아들을 결혼시키면서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도 축·부의금 사절 대열에 서는 경우도 물론 있다. 대개가 경제·사회적 여유가 있는 사회지도층 사람이지만 쉽지않은 결단을 내린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송승헌 동원건설 회장은 과거 부친상과 아들 둘 결혼식에 조문객과 하객은 받았지만 축·부의금은 정중히 사절한 바 있다. 
지난달 모친상을 당한 김민호 원건설 회장은 상상을 초월한 행보를 보였다. 장례식장에는 고인과 김 회장이 다니는 교회 목사와 이 병원 원장이 보내 온 조화 2개만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회사 직원들에게도 일절 알리지 않아 가족·친지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직원들도 조회시간에 김 회장의 ‘고백’을 듣고서야 알았을 정도였다. 앞서 김 회장은 아들과 딸 결혼 때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혼사를 치렀다. 
청주에서 대형 예식장을 운영하는 한 지인은 예식장 사업을 10년 내다본다고 했다. 지금처럼 하객들로 북적이는 예식이 가족·친지 중심으로 바뀌면서 대형 예식장이 필요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축·부의금을 사절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품앗이로 여기는 관습상 주기만 하고 받지 않는 것은 손해로 받아들일 수 있고, 어쩌면 상대에 대한 결례일 수 있다. 어떻게 하라고 강요할 수도, 요구할 수도 없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민감한 문제 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에 서서히 변화가 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 변화의 중심에 도덕적 의무가 누구보다도 요구되는 상류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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