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 우리 문화의 원형질은 선비문화다.

세계에 유래가 없는 선비라는 인간상은 예의와 염치를 알고 비리와 타협하지 않으며 사람의 도리를 구현하는 사람이다.

지금 나라의 어려움 앞에서 선비문화와 선비정신을 말하는 것은 오래된 유교사상을 오늘에 소환하고자 함이 아니다.

‘문화의 길’을 회복하는 것만이 이 절망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 대책이기 때문이다.

다소 추상적인 개념인 ‘문화의 길’은 어느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상향(理想鄕)’으로 해석함이 옳다.

지금 나라의 상황은 동트기 전 어둠과 같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모두의 가슴속에는 분노와 절망이 있다.

베트남 틱낫한 스님은 화가 나면 분노를 완화는 방법으로 독특한 제안을 했다.

바로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본 뒤 그려보라고 했다고 한다.

이 단순한 가르침은 자신의 삶을 ‘문화의 길’로 이끌어 가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라는 단순한 가르침이다,

여기서 말한 ‘문화의 길’ 의미는 행복하게 살아나가는 방편이라는 게 옳은 해석이다.

실로 상당한 효과가 있는 문화 예술적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

스님은 실제 거울을 보라고 한 것이었다.

그 말씀은 지금 우리에게 한 단어에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곁들여서 표현해 언어의 단조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여러 의미를 나타내는 수사법인 중의(重義)적으로 들린다.

오늘날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공분(公憤)은 역설적으로 역사의 거울에 비춰보면서 문화향유의 여유를 느끼라는 말씀이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파국은 물질주의와 탐욕, 즉 돈과 권력에서 비롯됐다.

속성상 돈은 짐승에 가깝고 권력은 가장 인간적인 것이며, 도의와 명예는 신(神)을 향하는 속성이다.

40여 년 전 우리는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아래 경제 발전에 힘썼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부자 되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믿었다.

나라는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사회 발전과 문화 발전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앞만 보고 달리는 동안 우리는 선인들이 소중히 여기던 가치와 삶의 푯대를 상실했다.

이른바 ‘사람답게 사는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말한 ‘사람답게 사는 길’이란 돈과 권력을 좆다가 사회·문화발전을 놓치는 경우를 말한다.

지금 어지러운 한국사회의 국난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음을 일컫는 수기(修己)가 안 된 우리들에게 돈과 권력이 주어지면서 일어난 일들이다.

현재 위기는 지난 수십여 년 간 우리가 추구했던 가치의 결과이다.

당연한 이치라고 해야 속이 시원해질 것 같다.

이 같은 문제점 교정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도자는 당장의 신세계를 제시하지만, 그러한 세계는 결코 당장 우리 곁에 오지 않는다.

공자님 말씀에 사람은 본디 곧은 마음씨를 갖고 태어나지만, 물욕이 곧은 마음을 가리면서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 질긴 욕망을 이겨내는 자율적인 노력을 극기(克己)라 한다.

이는 선한 내가 악한 나를 이기는 노력의 하나가 틱낫한 스님의 단순한 가르침의 중요성에 정곡을 찌르는 말씀이 아닐까 싶다.

나라를 이끄는 세력부터 국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문화의 길’을 갈 때 오늘과 같은 위기상황은 해결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차원에서 ‘문화의 길’을 갈지 말자 고민해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무작정 돈과 권력을 좆는 행태는 이미 우리 주위에서 많은 것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다가 명예까지 얻으려고 할 경우 더 큰 사달이 날 우려가 크다.

현대사회에서 ‘이상향’을 거론하는 것조차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겠지만, 그래도 인간이 한 평생 살다 떠나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문화의 길’을 걸어볼 필요가 있다.

아무렇게나 붙여서는 안 될 일이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우리 개개인이 ‘문화의 길’을 걷을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종교와 무관하게 인간의 최종 목표가 ‘문화의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잘 살아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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