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전 충북협회부회장/언론인/역사칼럼니스트

(동양일보) 아! 이게 무슨 비보입니까. 평소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시다니 그저 망연자실 할 따름입니다.

보름 전 인자하신 모습으로 사무실을 방문한 저에게 배달된 김밥 몇 개를 같이 먹자고 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니 슬픔이 벅차오릅니다. 회장님은 이때 몸이 수척하셔서 흔히 봄 감기려니 안도한 것이 필자에게는 여한으로 남습니다.

주변 인사들이 찾아오면 항상 ‘인간의 수명은 120세이며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라’고 권유하시던 회장님. 앞으로 고향 충북발전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의욕을 보이시더니 어찌 이렇게 서둘러 가셨습니까. 곧 1000억원의 문화복지재단을 만들어 충북 문화발전과 인재를 키우자고 늘 말씀하시더니 모든 것이 허망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필자의 제의로 고향 영동 추풍령 계룡리 별장 입구 암반에 각자 해 놓은 ‘인의(仁義)’를 항상 자랑하시던 회장님. 영동 별장을 충효교육의 도량으로 만들어 전국의 학생들을 무료로 교육해 보겠다는 의욕을 보이시다 끝내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시어 그 여한이 또한 큽니다.

회장님은 항상 ‘인의’를 주장하시고 이 세상에 가장 존귀한 것은 인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무실을 방문하는 누구라도 대화를 하며 점심식사 한 끼라도 같이 하시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으셨던 회장님은 숨은 충북의 큰 손 봉사자였습니다.

많은 장학금과 불우한 사람들을 뒤에서 지원하면서도 일절 신문에 내는 것을 마다하셨던 회장님. 지난해에는 경주이씨 중앙화수회문화회관 건립비로 10억원을 쾌차하시면서도 일절 언론 보도를 못하게 하신 겸양함을 잊지 못합니다. 수년동안 매년 3000명의 재경 충북인사들에게 직접 농사를 지으신 쌀 20kg을 연말 선물로 보내면서도 ‘오른손이 하는 봉사를 왼손이 몰라야 한다’고 언론 노출을 못하게 하셨습니다.

회장님은 충북의 제일 성공한 부자였으면서도 스스로 금도를 지키고 욕심을 내지 않으셨던 분입니다. 전두환 정권시절 많은 유혹이 있었으나 이를 거절하고 역대 대통령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도 일체의 정경 유착을 거절하셨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많은 재벌 회장들과 만날 때는 충북투자를 권유하고 특히 사돈 회사인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의 확장에 발벗고 나서 이를 성공시키기도 했습니다.

회장님은 자신의 성공 비결을 담은 ‘인생 99가지 성공학’을 통해 평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책임감이 강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지론을 펴 오셨습니다. 가정의 화목과 친지들과의 인애를 실천하고 고향사람들의 성공을 뒤에서 지원해 오셨습니다. 작은 거인 이필우 회장님을 잃은 아쉬움이 큰 것은 모두 이 때문입니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리는 길을 따라 고향 추풍면 계룡리에서 영면하시게 된 회장님. 우리 후학들은 평소 가르치신 성공학을 실천하면서 당신의 풍모를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저 세상에서 충북의 발전과 인의의 선양을 위해 큰 힘을 주소서.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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