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비수도권 지역에 경제성 평가를 5%포인트 줄이고 지역균형발전 평가를 5%포인트 늘리기로 했다. 1999년 도입 이후 20여년 만에 예타의 문턱을 낮추는 개편안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열린 경제활력대책점검회의에서 비수도권 발전을 위해 각종 평가기준을 조정하겠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예타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그동안 대전과 충남.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 사업이 예타 과정에서 경제성 미비 등의 이유로 탈락되는 사례가 많았던 것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이번 조치는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예타제도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예산낭비 국책사업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고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사업이 대상이다. 그동안 지방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수도권보다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비수도권 사업의 경우 예타 통과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성을 너무 중시하면 수도권-비수도권의 부익부 빈익빈이 확대되는 불균형 발전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은 갈수록 피폐화되고 수도권은 인구와 시설이 집중돼 여러 가지 경제·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국가 전체의 손실이다.

그렇지만 이번 개편안이 적지 않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사업이 그대로 시행되면 결국 국가부채는 늘어나게 되고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지역의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과거 국책사업이 흉물로 변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무리한 선심성 공약, 부풀려진 수요예측, 부실한 예타조사 등이 만들어낸 참담한 결과는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이번 제도 개편안이 세금 낭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효용보다는 예산낭비 부작용이 지나치게 크다면 걸러내야 한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내에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설치하고. 종합평가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분과위를 운영한다고 한다. 이 분과위가 거수기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균형감 있는 인사로 꾸리고, 독립성을 확실하게 부여해 예산 낭비를 막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 시민들의 감시망을 확대하는 등 예산 낭비 차단 제도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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