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북유럽... 이런 나라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한번쯤 다녀온 사람들은 깨끗한 공기와 맑은 하늘을 연상할 것이다.

이들 나라도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산업혁명을 보내면서 대량의 화석연료를 사용해 심각한 대기오염 속에서 살아야 했다.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지금 그런 아픔을 겪고 있는 중이고, 그들은 그 아픔을 청정으로 바꿔 놓았다는 차이다.

중국을 통일했던 진시황은 수은을 약으로 여겨 장기간 섭취한 끝에 죽었다고 한다.

GET 미세먼지 파헤치기에 따르면 중국은 1984년부터 2014년까지 폐암 사망률이 465% 증가했다. 중국의 주요 도시 텐진은 2014년 365일 중 197일이 뿌연 하늘, 허베이의 경우 264일이나 푸른 하늘을 못 봤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4년간 (2012~2016년) 국내 폐암 환자는 24.1% 증가했다. 환자가 가장 많은 위암의 같은 기간 환자증가율 9.7%보다 2.5배 가량 높다. 반면 폐 건강에 안 좋다는 흡연은 1998년 35.1%에서 2016년 23.9%로 낮아져 폐암의 원인을 담배로 돌리기 어렵게 됐다. 미세먼지 연관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매년 평균 141일 초미세먼지 기준치를 초과하고, 이를 월로 걔산하면 약 11.8일 초과한다. 10일 중 4일을 기준치를 초과한 공기를 마시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회색 하늘’이 단순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라 우리 생활의 일상이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청주의 심각성은 더 하다.

미세먼지(10㎛)는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1, 초미세먼지(2.5㎛)는 20분의1이니 얼마나 미세한지를 알 수 있다. 몸 속으로 들어온 먼지가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미세먼지는 신체기관에서 잘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폐포까지 들어가 만성폐질환, 폐암 등을 유발한다. 입자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는 폐포와 연결된 혈관으로 침투해 온 몸을 돌아다니면서 혈관을 손상시켜 고혈압, 혈전증 등을 유발한다. 이밖에도 외부에 노출된 눈, 피부에도 각종 염증을 발생시킨다. 사람 몸에 차곡차곡 쌓여 생명에 위협을 가한다는 점에서 미세먼지는 곧 독(毒과) 다를 바 없다.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런 독이 우리가 살고 있는 청주 등 충북을 뒤덮고 있다는 데 있다. 충북의 초미세먼지는 전국 최악이다. 올들어 지난 3월초까지 나쁨 수준을 웃돈 날이 48일에 달했다. 이는 자동차배출가스 등이 많은 서울(31일), 경기(37일)와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28일), 대전(30일), 세종(41일)보다도 훨씬 많다. 원인으로는 충북이 내륙 한복판에 위치한 지형과 충남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내 뿜는 오염물질 유입, 청주를 중심으로 앞다퉈 조성되는 산단과 폐기물 소각시설(전국 민간소각시설의 18% 입주)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 요인은 외부 70%(국외 43%, 수도권과 충남 27%), 내부 30%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충북도와 청주시는 미세먼지 특별관리대책을 마련했다. 차량 2부제, 생활폐기물 소각량 감축, 분진흡입·살수차 운행 확대, 배출사업장 운영시간 조정 및 주변 청소, 비산먼지 억제시설 가동 강화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가져 올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글쎄'다. 좀 더 공격적인 대책을 만들어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지자체 힘으로 미세먼지의 외부요인을 막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나 내부요인 통제를 통해 저감 효과를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다. 나무를 많이 심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배제, 대중교통 이용 유도 등은 기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세종처럼 시내 전 구간의 차량운행속도를 50~60㎞ 로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세먼지 주요 원인중 하나가 자동차배출가스지만 고속주행 중 타이어 마모에서 오는 오염도 심각하다. 차량 속도를 줄이면 대기오염과 소음을 막을 수 있고 교통사고도 줄일 수 있다. 일부 시민들의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차량 2부제 강제시행도 해 볼 만하다. “빠른 게 좋지만 느린 건 더 좋다”는 모토로 청주를 느림보 도시로 만들어 나가자.

미세먼지는 행정기관, 지자체장만의 몫이 아니다. 전 시민의 몫이다. 따라서 단체장은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고, 시민들도 불편 쯤은 감수하고 적극 동참한다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내 자신, 내 가족, 내 주변 사람들이 굴뚝에 코 박고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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