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햇살이 사라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한 순간 시에 담아"

문태준 시인

(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원장 김승룡)이 주최하고 지용회(회장 유자효)가 주관하는 ‘31회 정지용문학상’에 문태준 시인의 <저녁이 올 때>가 선정됐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신달자 시인, 김광규 시인, 이남호 문학평론가, 홍용희 문학평론가, 유자효 지용회장 등 5명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낭송하기 쉽고 정지용 시인의 뒤를 이을 작품성과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매년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있다.

심사를 맡은 김광규 시인은 심사평에서 “1930년 정지용 시인은 ‘불 피어오르는 듯 하는 술/한숨에 키어도 아아 배고파라’라고 <저녁 햇살>을 노래한 바 있다”며 “그로부터 90여년이 흐른 후 문태준 시인은 마지막 햇살이 사라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시에 담아 지평을 넓혔다”고 말했다.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문태준 시인은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서 〈處暑(처서)〉등 10편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4년 동서문학상·노작문학상·유심작품상, 2005년 미당문학상, 2006년 소월시문학상, 2014년 서정시학작품상, 2018년 목월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시상식은 다음달 11일 오후 4시 옥천 구읍 지용제 주무대에서 32회 지용제 행사(5월 9~12일)와 함께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창작지원금 2000만원이 수여된다. 옥천 이종억 기자



문태준 시인의 <저녁이 올 때>



내가 들어서는 여기는

옛 석굴의 내부 같아요

나는 희미해져요

나는 사라져요

나는 풀벌레 무리 속에

나는 모래알, 잎새

나는 이제 구름, 애가(哀歌), 빗방울

산 그림자가 물가의 물처럼 움직여요

나무의 한 가지 한 가지에 새들이 앉아 있어요

새들은 나뭇가지를 서로 바꿔 가며 날아 앉아요

새들이 날아가도록 허공은 왼쪽을 크게 비워 놓았어요

모두가

흐르는 물의 일부가 된 것처럼

서쪽 하늘로 가는 돛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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