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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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논설위원

 

(동양일보)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제공전투기인 스텔스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F-35 스텔스기는 미국주도로 개발한 최강의 전투기로 2013년부터 실전 배치되었다. 공군형인 F-35A와 해병대가 강습상륙함에서 사용할 수직이착륙 용인 F-35B, 그리고 항공모함에서 운영하는 해군형인 F-35C 등이 있다. 이들 중에서 F-35A는 내부무장창에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두발과 2000파운드(900kg) 유도폭탄 두발을 장착하고 1000km 이상 떨어진 목표를 공격한 뒤 돌아올 수 있다. 2000파운드 폭탄 대신 1.2m 두께의 콘크리트 벙커를 뚫고 들어가는 사정거리 110km 소구경활강유도폭탄(GBU-39 SDB) 8발을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군사전문가들은 “청주 기지에서 평양까지 약300km, 신의주까지 약 500km이니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북한 전역의 지휘소, 레이더 기지, 비행기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라고 평가하였다. 이에 더하여 주변국과의 군사적 마찰이 벌어질 경우는 공공 미사일 4발을 싣고 공격해 오는 적기를 격퇴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초기공습이나 공중전을 통해 적의 공군력을 제거하는데 성공했을 경우는 날개에 추가로 미사일과 폭탄을 달고 임무를 수행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중국은 2011년 스텔스 전투기 J-20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뒤 지속적인 개량작업을 거쳐 2017년 양산에 들어갔다. 내년까지 100여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소형 스텔스기인 J-31도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 스텔스기에 오랫동안 대응하지 못하다가 첫 스텔스기인 수호이(SU)-57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전투기는 외국 경쟁기종 3분의 1 이하의 저렴한 가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항공자위대 소속 F-35A 전투기가 지난 9일 일본 아오모리현 동쪽 해상에서 실종되었다. 이 밖에 한반도의 직접 당사국인 한국은 지난달 29일 F-35A전투기 2대를 들여왔고 연내에 10여대를, 2021년까지 40여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의 스텔스기 도입에 대하여 핵으로 무장하여 한반도에 전운을 감돌게 하고 있는 북은 “한국은 공군의 작전능력 향상이라는 미명하에 동족에 대한 기습타격을 실현할 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격렬하게 반응하였다. 적반하장이고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프다’는 꼴이다.

한국을 둘러싸고 주변 강대국들이 고성능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보며 언제까지 세계가 전쟁의 위협에 시달려야 하는가. 이들 나라들은 ‘직접적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간접적으로는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요사이 드라마 영상 법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처럼 ‘과연 그럴까요’라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는 세계를 향하여 ‘국익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하여 솔직하고 진지한 토론의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핵심임무는 국토방위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이다. 이것이야말로 국가의 신성한 책무이다. 이러한 책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국가들이 고성능 무기를 비롯하여 철통같은 방비태세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여타임무보다 무기개발에 최우선적으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무기가 개발되면 그 무기를 사용하고 싶고 계속 더 좋은 무기를 개발하여 국제적 우위를 과시하고픈 마음이 일게 마련이다. 마치 잘 만들어진 권투장갑을 끼면 누구에게든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 사회로 변화되고 있는 현대는 인본정신, 천부인권사상을 기조로 종전과 평화 구축이 시대적 사명이 되고 있다. 상호불가침을 대원칙으로 하여 공동번영 및 공생도모를 공동선으로 삼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전쟁은 인류의 적으로 간주하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하나가 되어 대처하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핵보유를 무기로 삼아 세계와 대치하는 나라들이야말로 이러한 시대정신과 이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단아들이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시대정신과 이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력이란 군사력이나 경제력보다 정신력이 결정변수가 된다’는 점이다. 정신력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국민을 하늘처럼 보고 섬기는 민본, 인권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민존(民尊), 법과 정의의 수호, 공의 공평 실현, 공동체의식 구비 등이 체질화 내지 문화로 착근되게 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아무리 영토가 방대하고 부국강병의 국가라 할지라도 국민의 정신문화가 병들어 있으면 그 나라는 모래성과 같은 것이다. 무기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는 국가들과 많은 국민들이 기아에 허덕이는데 핵에 매달리는 북이 새겨 두어야 할 경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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