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청주삼일공원에서 열린 충북여성백일장에 4대가 총출동 한 참가자가 눈길을 모았다. (왼쪽부터) 손녀 정현지씨, 김차름 할머니, 며느리 김성순씨, 손녀 장현미씨, 증손녀 김가은 양.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지난 11일 열린 2019 충북여성백일장에는 할머니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온 가족이 총출동한 참가자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시 부문에 참가한 김차름(87·괴산군 연풍면 삼풍리) 할머니다. 김 할머니는 며느리 김성순(52)씨와 손녀 장현미(30)·현지(20)씨, 태어난지 7개월 된 증손녀 김가은양과 함께 백일장이 개최된 청주삼일공원을 찾았다.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인데다가 4대가 함께 온 경우도 처음이어서 주최측은 물론, 다른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문학을 향한 김 할머니의 열망을 알고 있었던 며느리 성순씨가 이번 대회 참가를 권유했다.

김 할머니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7년 전 부터다. 혼자 산책을 하거나 가족·친구들과 나들이 하며 느낀 것에 살을 붙여 시를 써왔다고 한다. 문예교실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은 적도 없지만 혼자서 담담히 써내려간 글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감동을 선물한다. 그동안 쓴 작품만도 150편에 달한다.

김 할머니는 괴산지역에서도 유명인사다. 2016년에는 실버노래교실에 100만원을 쾌척해 지역에 미담이 되기도 했다. 노래교실에서 활력을 얻는 모습을 보고 자식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것이다.

김 할머니는 “어렸을 때는 일제강점기여서 한글이 아닌 일본어를 배웠다”며 “뒤늦게 한글을 배우기 시작해 힘든 부분도 많았다. 손녀들과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할머니는 이날 ‘참방’을 수상했다.

그는 “상 욕심 없이 이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고 감동적”이라며 며 “혼자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텐데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준 며느리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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