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부터 기록한 초정리 사람들의 마을 회의록.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청주권에서 가장 큰 백중놀이가 초정리에서 열렸다.” “일제가 초정약수 일대에 공장을 짓고 약수를 약탈해 갔으며, 해방되던 날 초정리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지은 신사(神社)에 불을 지르며 만세를 외쳤다.”

청주시 청원구 초정리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 청주문화원이 펴낸 <초정리 사람들>이다.

이 책에는 초정리에 거주하거나 초정리 출신 사람들의 구술을 채록하고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세종대왕의 행궁터와 주요 업적, 초정리 사람들의 삶과 문화 등을 담았다. 문화기획자이며 에세이스트인 변광섭 작가와 민요연구가인 조순현 작가가 글을 썼고, 송봉화 사진작가는 초정리의 다양한 풍경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1부 ‘초정약수와 세종 행궁’은 세종대왕과 초정 행궁의 발자취,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가스공장, 탕마당에서 펼쳐졌던 백중놀이, 마을 주민들의 상처 깊은 풍경 등을 소개한다.

초정리 사람들은 인터뷰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초정에 와서 공장을 짓고 약수를 약탈해 갔음을 증언했다. 일본인들은 주민들에게 공장에서 강제 노역을 시켰고, 공장 옆에는 그들의 사택과 신사가 있었는데 해방되던 날, 주민들은 신사에 불을 질렀고 일본인들은 줄행랑쳤다고 한다.

탕마당에서는 1970년대까지 청주권에서 가장 큰 백중놀이가 열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백중놀이가 시작될 때는 주변 마을 사람들이 풍악놀이를 하면서 탕마당으로 들어왔고, 풍물놀이, 씨름대회, 물마시기, 장기자랑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씨름대회에서 1등한 사람은 시상품으로 송아지 한 마리를 받았다.

2부 ‘초정리 사람들의 삶과 소리’에서는 오랫동안 초정리에서 삶의 터전으로 삼고 지금까지 살아 온 초정리 원주민의 생활사와 다양한 문화적 풍경을 말한다. 초정리의 옛 풍경, 초정리 사람들의 음식과 노래, 관혼상제 등을 악보와 함께 소개한다.

초정리는 마을 공동체인 동계(洞契)가 수백 년 이어져 오고 있음을 증언과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한지로 묶은 빛바랜 동계집에는 마을 사람들의 생활사와 상부상조 정신을 실천했던 내용들이 촘촘하게 적혀 있다. 마을 주민들이 초정약수 보존회를 만드는 등 약수보존에 힘써 온 내용도 담고 있다.

3부에서는 초정리의 옛 풍경과 초정약수터 일원에서 펼쳐졌던 놀이문화 등을 송봉화 작가의 사진과 청주기록관의 흑백자료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수백 년 수령의 팽나무, 구라산성, 1950년대의 빛바랜 사진과 주민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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