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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아이의 일상에서 존재를 빛나게 해주는 엄마
유리창/ 아이의 일상에서 존재를 빛나게 해주는 엄마
  • 동양일보
  • 승인 2019.06.24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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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교육지원청 연소희 주무관
제천교육지원청 연소희 주무관

(동양일보) 요즘 ‘소확행’이라는 단어에 유독 관심이 간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이 뜻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것 같다.나의 일상을 돌아봐도 그렇다. 직장을 다니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엄마로서의 삶은 사실 그렇게 녹녹치 않다. 물론 이런 병행의 삶을 누군가 강요한 것은 아니고 스스로 선택한 일이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아이와 마주할 때면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이는 “ 엄마, 엄마 오늘 학교에서” 라고 신나게 목소리를 높게 해서 나를 불렀다. 나는 그냥 일상적으로 고무장갑을 낀 채 “응 엄마 듣고 있어. 이야기 해” 라고 아이를 향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금방 아이는 풀이 죽어서 “ 아니야 엄마 그냥 설거지해”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미안했다. 그리고 얼른 고무장갑을 벗고 수도꼭지를 잠그고 아이를 불렀다.

“ 원준아, 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아이 눈을 바라보면서 “무슨 이야기 하려고 했어? 엄마가 궁금하다” 하고 아이를 바라보자 아이는 금방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고무장갑을 벗고 설거지를 중단한 노고에 비해서 아이의 이야기는 그다지 중요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지극히 일상적인 친구 누구랑 누가 싸웠고 선생님께 혼이 났고 자기는 오늘 급식시간 김치가 너무 매워서 남겼는데 선생님께서는 다 먹으라고 하셔서 힘들었다는 이야기였다.사실 속으로 ‘이 이야기 하려고 숨 넘어 가게 나를 부른 거야’ 하는 아쉬움과 그다지 큰 일이 아니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안도감. 순간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그런데 나의 이런 마음과 달리 아이는 엄마에게 무언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에 대한 뿌듯함과 만족감이 역력했다.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어느 사이인지 주중에 많이 놀아주지 못했으니 주말에 놀이 공원 데리고 가야지 마트에 가서 선물 사줘야지, 매일 책을 2권씩 잠잘 때 읽어줘야지 등등 계획을 세우고 남편에게도 강요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설거지 대화 사건이 있던 날 나는 우리 원준이 입장에서의 소확행을 생각해 보았다. 물론 날을 정해서 놀이공원을 가고 선물을 사주고 시간을 정해 책을 읽어 주고 다 좋은 일이고 신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매일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와 나누고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귀 담아 주고 “ 아! 그랬어. 우리 원준이 매운 김치 그렇게 잘 먹었어” 라고 한 번 이야기 해주고 안아 주는 게 더 행복한 기억일 것이다.

아이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하나 둘씩 쌓였을 때 아이는 정말 소중한 보물로서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하루 함께한 소중한 기억, 둘만의 공감이 없고 언제 무슨 날 정해서 일을 치르듯이 진행하는 추억은 그다지 의미가 없을 듯하다.

매일 우리 엄마가 설거지를 그만 두고 내 작은 눈을 응시할 정도로 나는 소중한 존재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싶다. 김치가 맵다고 할 때 “몇 살인데 그것도 못 먹어 가 아니라 아 매웠는데 먹으려고 애썼구나. 기특한데 원준이는 누구 아들이야 누구 아들이 이렇게 용감해” 라는 엄마의 작은 격려가 내 아이를 얼마나 행복하고 가슴 벅차게 하는지 그날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그 날 이후로 우리 원준이와 함께 만들어갈 소확행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1.아침 등굣길 출근하면서 주변의 꽃, 나무 바라보기

2.아침 학교 가는 우리 아이 꼭 한번 안아주기

3.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4.아이가 이야기 할 때 눈을 맞추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기

원준아. 우리 이렇게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함께 만들어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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