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동양일보) 가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모나 조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존속살해는 물론 자녀를 비정하게 살해하는 비속살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비롯한 일가족 3명을 살해하여 무기징역이 확정된 37세의 아들, 아버지와 술을 마시다 말다툼 끝에 주먹을 휘둘러 숨지게 한 뒤 5개월 동안 시신을 화장실에 방치한 26세의 아들, 5세짜리의 어린 아들을 죽이고 스마트 폰을 사용하여 각종 도구를 모바일로 주문, 시신을 제3의 장소로 배달시켜 훼손 유기하는 엽기적인 살인을 자행한 36세의 어머니, 사람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 짐승의 마음을 가진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가족 범죄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존속살해로 검거된 인원은 2015년 60명이었다가 지난해는 91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4월 기준 32명인데 앞으로 더 늘어나 100명을 넘을 거란다. 존속 폭행 검거도 2014년 988명에서 2018년에는 2414명으로 4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눈을 이주여성 쪽으로 돌리면 가족 및 가정폭력행위가 더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폭로를 계기로 표면화된 이주여성 폭력 행위는 한국이 과연 정상국가(normal state)의 국격을 구비하고 있는 것인가를 의심할 정도이다. 지난해 12월 경남 양산시에서는 필리핀 이주 여성 A씨(당시 38세)가 21세 연하의 남편 손에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2017년 경남 창원에서는 중국출신 이주여성(당시 40대 초반)이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의 상습폭행에 시달리다가 결국 숨졌다. 10대의 자녀들은 한겨울에 찬물욕조에서 엄마가 학대당하면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내를 ‘샌드백’처럼 구타하는 반문명적 폭행을 자행한 것이다. 이 얼마나 비참한 광경인가.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결혼 이주여성 920명을 조사하였더니 가정 폭력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10명 중 4명꼴(42.1%)이었다. 세계가 지구촌 한 가족 사회로 발전하면서 한국에도 결혼이주여성이 점증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31만 8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인권사각지대가 엄존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포용국가, 인권국가, 민주국가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후진국적 행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인식의 저급성과 법과 제도의 후진적 운영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서야 어찌 선진국 운운 할 수 있겠는가. 말로만 세계화 내지 지구촌 한 가족을 외칠 것이 아니라 명실공히 세계화의 마인드와 자세를 가지고 인류보편적인 가치구현의 대열에 행동으로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폭력완전추방 문화를 조성하여야 한다. 폭력이란 야만적, 형이하학적 만행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하여야 한다. 사회폭력을 비롯하여 학교폭력,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등 모든 폭력이 사라지게 하여야 한다. 특히 가정 및 가족폭력은 반인륜적 행위로 모든 인류가 공동대처하여야 한다. 존·비속의 학대, 폭행 및 살해 등은 인간임을 포기하는 금수적 행동으로 보고 국가와 사회 전체가 나서서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비행에 대하여는 단호하고 철저하게 대처하여야 한다. 핵가족화가 발달할수록 더욱 엄격하게 가정질서를 확립시켜야 한다. 존·비속의 학대, 폭행, 살인 등의 만행을 저지를 경우는 사회와 격리시키는 엄격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피해자를 적극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대처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주여성의 인권보호에 대하여도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법과 제도적으로 허점이나 미흡한 점이 있으면 시급히 보완하여 자국민과 동등한 보장과 보호를 받게 하여야 한다. 이주여성 상담소의 역할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행·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특히 지역사회가 보호자 내지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인간의 고향은 본래가 인류인 것이다. 인류라는 가치가 국적과 국민보다 더 큰 것이다. 인간은 한시성과 일회성의 존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잠깐 머물다갈 생인데 세상에 태어난 사람끼리 가족개념으로 하나가 되어 화목하고 상애(相愛)하는 마음으로 공존공생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지구촌 한 가족으로 포용하고 상조(相助)하면서 사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이주 여성을 비롯하여 한국을 둥지로 삼아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 이주인들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인애(隣愛)+알파의 사랑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만물의 영장답게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완전한 가정 및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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