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90일 내 진전 없으면 美 일방 중단"…어떤 조치할지 '촉각'

(동양일보 임재업 기자) 한국 통상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발도상국 제외' 발언으로 인해 또다시 악재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비교적 발전된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주요 20개국(G20) 가입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의 개도국 지위 또한 위태롭게 됐다.

WTO는 개도국을 국제 자유무역질서 내 편입시키기 위해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S&D·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s)'를 시행하고 있다.

WTO 체제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협약 이행에 더 많은 시간이 허용되고 농업보조금 규제도 느슨하게 적용된다.

WTO에서 어떤 국가가 개도국인지 결정하는 방식은 '자기선언'이다. 다시 말해 한 국가가 '우리나라는 개도국이다'라고 선언하면 개도국으로 분류된다.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더는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대조항 역시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우려되는 부분은 농수산물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농산물 관세감축은 선진국의 경우 5년에 걸쳐 50∼70%, 개도국은 10년 동안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인 33∼47%를 감축해 평균적으로는 약 20%포인트의 감축률 차이가 발생한다.

또 개도국은 특별품목(special products)을 통해 할당량 내에서는 관세를 덜 내리거나 아예 면제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

관세감축으로 인해 수입이 급증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특별세이프가드(SSG·긴급수입제한조치)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이 개도국에서 제외되면 이 같은 혜택을 요구하기가 어려워진다.

예컨대 개도국일 때는 쌀, 고추, 마늘, 양파, 감귤, 인삼, 감자와 일부 민감 유제품 등을 특별품목으로 지정해 관세감축을 하지 않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이 되면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관세가 현행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WTO에서 개도국 지위 결정 방법 변경 또는 개도국 세분화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쉽게 관철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90일 내로 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현행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최소 1만2056달러), 세계 무역량에서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4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속하면 개도국이 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모두 포함된다.

이 때문에 한국은 당분간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한다고 해도 미국 측이 단행할 조치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준에 속하는 국가가 OECD 회원국에 가입하려고 할 때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미 OECD 회원국이라 영향을 받지 않지만, 추후 양자·다자 간 협상에서 미국 측이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를 지켜보면서 필요 시 이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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