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고인쇄박물관에서 10년 전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됐던 직지원정대 소속 고 민준영·박종성 대원의 가족들이 유골함을 추모 조형물 앞에 내려놓고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에 마련된 직지원정대 추모 조형물 앞에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북벽 아래에서 10년 전 실종됐던 직지원정대 소속 고 민준영·박종성 대원의 유골함과 사진이 놓여 있다
17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고인쇄박물관에 마련된 직지원정대 추모 조형물 앞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가 적힌 리본을 로프에 달고 있다.
(왼쪽부터) 고 박종성의 형 종훈씨와 최인배 최인배 한국산악구조대 부대장, 고 민준형의 동생 규형씨의 품에 안겨 17일 고햐 땅을 밟았다.

(동양일보 곽근만 기자) “집에서 나와 산을 오르내리고 집으로 들어가야 모든 산행이 끝난다. 하산해줘서 고맙다. 이제 마지막 명령이다. 편히 쉬어라."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이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당시 42세) 대원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이다.

10년 전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민준영·박종성 대원의 유가족과 박 전 대장은 두 대원의 영정과 유골함을 들고 1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두 대원의 고향이자 추모비가 있는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에 마련된 추모 조형물 앞에서는 고향 땅을 밟은 두 대원들을 위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대원들의 가족과 직지원정대, 충북산악회 관계자, 일반 시민 등 100여명이 이들을 위한 추모식에 참석해 아픔을 같이했다.

박종성 대원의 형 종훈씨는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행복하게 만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준영 대원의 동생 규형씨는 “참 긴 등반이었고, 10년간 기다리면서 힘들었는데 기적적으로 형이 돌아와서 기쁘다”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시민들은 노란색 리본에 두 대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조형물 옆에 설치된 로프에 매달았다.

‘이제는 편히 쉬기를...’, ‘뜻을 잊지 않겠다’ 등 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인사가 가득했다.

10년 전 이들과 함께 원정에 나섰던 직지원정대와 시민들은 10년 만에 돌아온 고 민준영·박종성 대원의 유골함을 어루만지며 마지막을 함께했다.

두 대원은 지난 2009년 9월 23일 히운출리(해발 6441m)를 향해 베이스캠프를 나선 뒤 이틀 뒤인 25일 오전 히운출리 북벽 능선 5500m 지점에서 실종됐다.

당시 두 대원은 “골자기 좌측으로 이동 중이다. 등반을 마치고 연락하겠다” 는 무전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춘 것이다.

남은 원정대원은 이들을 찾아 열흘 동안 수색했다.

헬기를 띄워 북벽 곳곳을 찾았지만 두 대원을 발견하지 못하고 귀국했다.

동료들은 이듬해인 2010년 원정대를 꾸려 다시 안나푸르나에 올랐으나 역시 흔적을 찾지 못했다.

직지원정대는 2013년 베이스캠프 인근 4200m 지점에 두 대원의 추모비를 세워 이들의 넋을 기렸다.

이들 두 대원은 시신은 지난달 히운출리 근천에서 양떼를 몰던 현지 주민이 발견했다.

등반 파트너로 늘 함께하며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웠다는 두 대원은 발견된 순간까지 자일(로프) 한 줄로 서로의 몸을 묶고 함께 있었다.

박 전 대장과 유가족들은 지난 12일 출국해 네팔 현지에서 두 대원의 시신 신원 확인을 마쳤다.

박 전 대장은 “준영이와 종성이가 서로 로프에 의지한 채 산을 오르다가 추락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히말라야에서 외롭게 지냈을 후배들이 10년 간의 등반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편안히 쉬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네팔 현지 경찰은 두 대원이 빙하 속에서 최소 10년 동안 함께 있었던 것으로 봤다.

박 전 대장은 “발견이 조금만 늦었다면 시신이 금방 훼손돼 고국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을 것 같다”며 “빙하가 녹는 시점에 두 대원의 시신 마침 발견되어 신원 확인도 빨랐다. 하늘이 도운 것 같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SNS에 남긴 글에서 "유가족과 동료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두 대원이 가족의 품에서 따뜻하게 잠들기를 바란다"며 고인들을 추모했다.

박·민 대원의 유골은 청주시 가덕면 성요셉공원과 남이면 선산에 각각 안장된다. 곽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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