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영동교육지원청 장학사

김은주 영동교육지원청 장학사

[동양일보] 우리는 평소에 많이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 어떤 계기를 통해 자세히 알게 되기도 하고 어떤 일은 겪기 전 감정이 좋은 경험을 통해 새로운 느낌과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최근 그런 경험을 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2019. 사제동행 인문행성(인문학을 통한 행복한 성장) 해외연수 체험이다.

해외연수 체험을 떠나기 전 생각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중학교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 줄 것인가 하는 부담감과 발랄하기 그지없는 중학생들이 역사적 장소에 가서 얼마나 느낄 것인가 하는 걱정스러움이었다.

우선은 출발 전 윤동주, 조명희, 이상설 평전을 읽고 그들의 삶을 정리하고 조금 짧게 정리한 것을 갖고 갔다. 출발해 비행기 안에서도 읽어보고 되뇌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부담과 걱정은 중국 연길에 있는 윤동주(1917∼1945)생가와 명동중학교를 돌아보며 다 해결됐다.

윤동주 생가에 들어선 순간 왠지 마음이 편안했고, 사실을 나열하기보다 시인의 삶에 대한 내 생각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학생들은 새벽에 일어나 피곤할 텐데, 매우 진지하게 들어줬다.

설명을 마친 후 일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과연 일제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었을까? 일제가 강요했던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나라면... 이런 물음과 대답이 이어졌다.

한 학생이“선생님도 그 상황이 되면 그러실 거예요. 아마도. 그리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이 말을 듣는 순간 어리게 느껴졌던 학생들이 참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중학생들이 많이 공부해 왔을까? 그리고 무엇을 느낄까? 라는 생각은 잘못된 걱정이었다.

이것은 여정이 진행되면서 대견함과 뿌듯함으로 바뀌었다. 하바롭스크에서 학생들이 그동안 배운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문학가의 대표작도 읽고 작품의 시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도 하고 독립 운동가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프로젝트(지리, 역사 등)행한 것을 듣게 되었고 그 역량에 놀랐다.

그리고 우수리스크 고려인 민족학교에서 고려인 후예들과 같은 민족임을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관심사를 공유하는 모습, 아르바트거리 공연 때 부채춤, 태권도, 아리랑 플래시몹을 보여주고, k-pop을 러시아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것을 보며 학생들이 자랑스러웠고 스스로 많은 것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여정이 진행되면서 많은 독립 운동가들에 대해 깊이 있게 알게 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했던 최재형 선생님(안중근 독립자금 후원) 고택에 가서 그의 삶을 듣고 태극기를 휘날린 경험은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7박 8일간 중국과 러시아의 역사적 공간을 다니며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 것과 걱정이 뿌듯함으로 바뀐 것과 더불어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 역사와 민족에 대해 학생과 선생님, 나 스스로에게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이다.

기차 안에서, 버스 안에서 안중근 의사, 최재형 선생에 대해 존경심을 표현하고 중앙아시아까지 쫓겨나야했던 우리 민족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여정을 함께 하며 E.H. 카가 정의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역사란 무엇인가’가 계속 생각났다. 물론 책에서는 역사적 사실과 역사가와의 관계를 말하고 우리의 상황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맴도는 말이었다.

우리는 100년 전 항일독립운동 발자취가 느껴지는 장소(인물)에서 사전에 공부했던 부분을 확인했고, 과거 이국땅에서 겪었을 민족의 어려움을 현재의 시각에서 느꼈으며 그것에 대해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역사적 장소에서 내가 그 시대 이였더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되물음, 그리고 현재의 삶과 연관해서 계속 질문과 대답을 하게 됐다.

또한 현재의 성찰에 머물지 말고 앞으로 더 관심을 갖고 선조들의 정신을 어떻게 살리고, 연구해 나가야 할 것인가 대해서 고민하는 기회가 됐다. 학생들, 선생님들 체험단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하고, 역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진 끊임없는 대화가 체험 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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