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오보” 문자메시지…정상 영업 진행 “고객에 어필” 해명에 ‘돈벌이 급급’ 지적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기록적인 강풍을 동반한 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덮친 7일 청주의 한 골프장이 골퍼들에게 ‘태풍 오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영업에 나서 얄팍한 상혼이라는 빈축을 샀다.

태풍 링링이 한반도로 빠르게 접근하던 7일 오전 11시께 청주시 옥산면 소재 때제베골프장은 골퍼들에게 정상영업을 알리는 광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문자메시지에는 ‘오늘 태풍 오보!!’, ‘2부 8만부터~ 3부 6만부터~’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짧은 문자메시지가 문제가 된 것은 당시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충남 서해안을 지나며 피해가 속출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문자메시지가 발송되던 시간 태풍 링링은 충남 보령 서쪽 120㎞ 부근 해상에서 시속 40㎞ 속도로 북상 중이었다. 서해안과 서쪽 내륙에는 최대 순간풍속 시속 72~108㎞(초속 20~30m), 충북 곳곳에서도 최대순간 시속 37~72㎞(초속 10~20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에 따라 보령에선 강풍에 무너진 철골 구조물이 집을 덮쳐 집안에 있던 60대 부부가 다쳤고, 당진에서도 59세 남성이 바람에 날려 1.5m 아래로 떨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대전·세종·충남에서 3만여 가구가 정전피해를 입었고, 충북에서도 주택이 파손되고 가로수가 뽑히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태풍 오보’라는 문자메시지가 곱게 보일 리 만무했다. 메시지를 받은 골퍼들과 주민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태풍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에 굳이 ‘태풍 오보’라고 적은 광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너무 돈벌이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이 골프장은 1~3부 모두 정상 영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장 한 회원은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다”고 지적했고, 또다른 회원은 “태풍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해안가 주민들뿐 아니라 청주 등 충북 내륙주민들도 태풍 피해에 전전긍긍하고 있었을 때”며 “이런 상황에 굳이 저런 메시지를 보내야 하냐”며 비판했다.

해당 골프장 관계자는 “기상예보와 달리 오전부터 생각보다 바람이 강하지 않고 인근 지역의 피해도 없어 정상적으로 영업을 진행했다. 고객들에게 이런 내용들을 어필하기 위해 광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가을장마 등 어긋난 기상예보로 예약 취소가 이어지는 등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며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으로 충북에 최고 80㎜의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예보했으나 실제로는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아 골프장 입장에서 ‘오보’라고 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청주시내 일부 골프연습장의 경우 태풍으로 인한 주변 피해를 고려해 그물망을 내렸다가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난 오후 들어서 부랴부랴 다시 설치해 영업 손실을 입은 것과는 좋은 대조를 보였다.

골프장 영업 여부는 각 골프장이 자율로 정하는 것이지만, 강력한 태풍이 몰려와 전국에 비상이 내려진 상태에서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태풍 오보'라는 메시지까지 보낸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얄팍한 상술의 극치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도근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