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요즘 한참 대한민국을 아름답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삼천리금수강산을 총 천연색으로 물들이는 단풍이다. 그래픽 해상도 최고의 JPG 파일만이 뽐낼 수 있는 트루 칼라(True color)를 자랑하는 한반도의 단풍이다. 이렇게 멋진 경치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화가는 자연일 것이다. 멋진 가을 정취를 만끽 하고자 인근 산으로 예기치 않은 등산을 하였다 마치 조선시대의 김홍도가 태어나 그린 산수화보다도 더 멋진 경관이다. 10월 말에서 11월 초는 금수강산 최고의 경치이다. 이런 정취를 느끼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한반도의 명산 혹은 주변의 인근 산을 찾는다. 모처럼 자연과 함께하며 건강도 챙기고 여유도 찾으며 2019년의 가을을 가슴속에 간직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산에 나름대로의 추억과 멋진 사진속의 자신을 발견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오늘은 등산과 관련된 작은 인생의 추억 혹은 잊지 못할 순간을 이야기로 엮어 보고자 한다.

지난 주말 아무 생각 없이 바람이나 쐴 겸 외식도 할 겸 인근 수안보를 찾았다. 수안보에서 간단히 늦은 식사로 아점을 하고 53℃의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힐링하고 나왔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서 인지 월악산의 아름다운 단풍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가자 떠나자! 를 외치며 지난여름의 추억도 되새길 겸 송계계곡으로 향하였다. 뜨거운 한 여름의 닷돈재 야영장과 삼겹살 파티가 어른거려 더욱 추억이 솟아올랐다. 차로 10여분을 달려 만수계곡 인근의 휴게소에 주차하고 산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단풍도 감상할 겸 계곡을 따라 걸으며 물소리, 정겨운 등산객의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계곡을 따라 걸었다. 초입의 녹지공간과 자연탐방로 그리고 야생화단지가 조성된 계곡의 도로변은 편안하게 걷기에 참으로 좋았다. 계곡을 따라 만수탐방지원센터 만수봉탐방로 만수자연관찰로 야생화 단지 충주여고길 시화대 등의 만수계곡탐방로가 2km 가까이 이어졌다. 정신없이 경치에 취해 월악산 국립공원의 만수봉과 포암산 사이의 만수계곡을 모두 탐방한 것이다. 내친김에 983미터의 만수봉이나 다녀오자고 의기투합하였다. 만수봉은 충주시 수안보면과 제천시 한수면의 경계로 월악산의 주능선과 포암산의 연능 사이에 치솟은 암봉이다. 등산거리는 7.3키로 4시간여 소요된다는 정보에 솔깃하여 무작정 오르게 되었다. 그러면 가자! 올라갈 때 2시간 반 내려올 때 1시간 반 자신감이 있었다. 더군다나 주변의 경치는 육신의 아픔과 배고픔은 까맣게 잊게 하였다. 힘차게 오르다 보니 1시간을 지나자 목이 말랐다. 다행히 과일 몇 조각과 주전부리로 요기를 하고 강행하였다. 30여분을 오르니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팠다. 힘도 부치는지 지치고 더 이상 걷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르려 해도 기운이 딸리고 파김치가 되는 듯했다. 누가 시키지도 안 했는데 하산하는 등산객에게 혹시 여분의 물 있나요? 물 좀 줄 수 있나요! 그러다 물 물주세요! 를 외쳤다. 그러다 인심 좋은 아저씨를 만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물을 동냥하고 더불어 김밥도 한줄 얻어 등산을 계속하였다.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데 걸음을 재촉하다보니 육신의 고통과 갈증이 더욱 컸다. 천금 같은 물을 나눠 마시며 없는 기운을 재생산하며 1시간여를 올라 만수봉을 정복하였다. 그리고 등산 중 받은 김밥과 반통의 물로 늦은 점심을 하였다. 게 눈 감추듯 김밥 한 줄을 금세 먹어 치웠다. 내 인생 최고로 맛있는 김밥이었다. 등산 중 맘씨 좋은 아저씨는 산악 구급대의 경험이 있는 상대를 배려하는 최고의 어른이었다. 먹다 남은 먹을거리를 기분상하지 않게 주었고 그렇게 얻은 김밥은 내 인생 최고의 김밥 이었다. 본인도 앞으로는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배려심 깊은 베푸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인생을 살겠다.

사람의 인연은 참으로 묘하다. 억겁의 시간이 흘러도 못 만날 인연을 우연히 지나치며 만나기도 한다. 살다보면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느끼고 행복한 인생을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스쳐 지나는 인연이 언젠가 은인으로 만나기도 한다. 살아있는 동안 내 주변의 인물과 충분한 교감과 소통하며 살자. 좋은 말은 많아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기고 하고 지나친 말 한마디로 사람을 벨 수도 있다. 사람은 없을 때 칭찬하고 있을 때 존경하라는 인터넷상의 나그네 말을 명심하며 월요일 하루도 행복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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