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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선악과
풍향계/ 선악과
  • 동양일보
  • 승인 2019.11.05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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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논설위원 / 침례신학대 교수
김주희 논설위원 / 침례신학대 교수

[동양일보]하나님이 에덴에 선악과를 만드신 건 혹시 함정은 아녀요, 인간 입장에서?

사람을 사랑하신다면 왜 이 땅에 보내셨어요, 그냥 천국에서 고생 없이 살게 하시지?

젊고 영혼에 관심이 많은 전도사에게 솔직을 넘어 불경스러울 만한 질문 던지고는 설명을 듣는게 좋았다. 꽤 오래전 이웃 여인 사귀는 기쁨 누리던 시절, 그 여인네 개척교회 성경공부에 동참할 때 일이다.

교회마당을 밟으며 자랐고, 집사라는 직분을 가진 채 교회 나간지도 몇 년이니 그 세월동안 들은 설교만으로도 성경을 알만치는 알 만했다. 예수 믿는 공동체인 교회를 그만치 다녔으면 예수에 관해서만은 정말 잘 알고 있는 게 당연했지만 어슴프레할 뿐. 정확하지 않은 지식은 없느니만 못할 때도 있는 법이어서 모르는데 안다고 생각해온 것들이 많았다.

착하고 무던한 전도사는 어떤 물음에도 화내거나 한심해하지 않고 성심껏 알려주었다. 성경의 원리를 명료하게 제시하는 바람에 만나는 시간의 밀도가 높았다. 다니는 교회 목사에게 묻기 난감한 것들을 배우면서 아는 게 얼마나 없는지, 교회 마당만 밟고 다닌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 때 매번 묻기만 하다가 예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답을 생각하면서 놀라운 진실에 마주쳤다. 인류의 구원자같은 대의말고, 자신에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예수와 상관없이도 교회문화를 좋아하고 익숙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예수와 상관없이 교회에 나갈 수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이 놀라운 사실.

나는 새로 예수를 만나야 했다. 기독교는 어째서 예수에게 구원이 있다고 하는지, 그 구원은 어떤 구원인지도.

지난 몇 달간 새소식에 중독되듯 언론을 들여다보며 일희일비했다. 매일 쏟아져나오는 소식들이 궁금하기도 무섭기도 했다. 누군가와 사이에 시국이 화제에 오르고 관점이 다르면 난감해졌다. 육이오와 가난과 빨갱이를 들이미는 입장과 부패와 기득권과 청산을 내미는 입장은 논리를 넘어선 신념의 다툼을 하는 것처럼 강경했기 때문이다. 정치를 일상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느 때보다 첨예했다.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답답해졌다. 당연히 정의는 당파성을 띠는 것 아닌가. 모두에게 옳을 수는 없기 때문. 이해관계를 다툴 때 모두가 옳을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묘수는 있을 수 없다. 정의를 말할 때는 누구에게 정의인가를 물어야 하는 이유이다. 원칙이 있어야 한다면 시기적 상황적 고려도 있어야 한다. 인간의 문화에서 절대란 있을 수 없고, 더 나은 것을 찾으면서 진전해왔다는 걸 인정한다면 변화는 당연한 방향이다. 방법의 문제인 것이다.

한 목사의 이야기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몇 번째 천국에 다녀왔다고도,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도, 돈을 내라고도 했다. 그 말 중간중간 아멘 소리도 들렸다. 듣던 중 처음이다, 이런 목사와 이런 동원과 이런 돈 모으기는.

대통령마다 끌어내리면 어쩌자는 것인지, 그 끔찍한 비극을 또 보자는 충동질에는 말문이 막히는데 논리도 논지도 경박스러운 이 주장에 아멘을 하는 이들은 또 뭐란 말인가. 어릴 때부터 교회마당을 밟고 자란 처지에서 이 이해불가한 모임은 부끄럽다. 그러고 싶다면 사랑을 설파한 예수를 끌어들이지 말고 하고싶다면 자력으로 자유로운 자기 의지로 집회를 하고 이끌어야 한다. 예수의 당파성을 띠는 정의를 넘어선 사랑을 말씀하셨다. 성경의 정의는 당파성, 자기 입장의 이익이나 관철이 아니라 과부와 고아를 보살피는 공적인 정의를 말씀하셨다. 시끄러운 목소리가 예수의 진리라고 믿을까 염려된다. 노파심, 할머니같은 마음으로 미리 걱정한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이상한 줄 알까봐.

예수를 믿지 않으면서 신앙생활이 아니라 교회생활을 성실히 했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예수없이 목사노릇하는 누군가도 있을 수 있겠다. 자기 욕망을 하나님 뜻으로 포장해서 하나님이 아끼시는 성도들을 조종하고 좌절시키는 늑대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럴 수 있는 게 인간이기도 하겠다, 선악과를 먹고 자기 중심이라는 기준을 갖게 된 인간으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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