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요즘 게이트(gate)라는 말이 유행인 것 같다. 본래 Gate는 ‘문’이라는 뜻이지만 정치 권력이 개입된 대형 비리, 부정부패 사건 등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사건의 핵심 뒤에 접미사처럼 붙여 ‘000게이트’ 식이다.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조국게이트 등으로 쓰여 우리 귀에 익숙하다. 
게이트는 재선에 도전한 미국 닉슨 대통령이 연관된 도청사건 즉, 워터게이트(Watergate Affair)에서 유래된다. 1972년 6월17일 워싱턴 DC의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던 민주당 선거운동 지휘본부에 도청 장비를 설치하려던 5명의 남성이 체포됐는데, 닉슨이 참모와 이 사건 은폐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대통령직을 사퇴한 사건을 일컫는다. 
이 사건 이후 한국에서도 권력형 비리 사건에 게이트라는 말을 붙여 회자되곤 했다. 한보 게이트, 박연차 게이트, 영포 게이트, 성완종 게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부정적 의미의 게이트가 ‘청주게이트’라는 말로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청주에 살고 있는 사람에겐 달갑지 않은 청주게이트라는 말은 월간조선 출신의 문갑식이라는 사람이 유튜브를 통해 유포시키고 있다. 
그가 유튜브를 통해 주장하는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일단은 청주에서 무슨 엄청난 비리 사건이 터진 양 일방적 주장을 펴고 있는 것에 대해 청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 나쁘다. 
문 씨는 청주시 가경동 고속터미널 옆 상가건물 메가폴리스 운영과 관련한 이해관계인 A 씨의 제보를 근거로 유튜브 영상을 내보냈다. 
A 씨는 메가폴리스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지인인 B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B 씨로부터 수십억원을 수혈받은 A 씨는 끝내 일어서지 못한 채 운영권은 B 씨에게 넘어갔다. 이때부터 A 씨와 B 씨의 갈등은 격해졌고 얼마 전 A 씨는 십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B 씨 관련 사업이 권력 유착 비리라며 문 씨에게 제보됐고 문 씨는 팩트 확인없이 청주에서 대형 비리사건이 은폐된 양 호들갑을 떨었다. 
문 씨는 B 씨가 추진 중인 청주고속터미널 현대화사업에 특혜가 있었다며 이를 ‘청주게이트’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관심을 끌었다. 
B 씨는 애초 가경동 고속터미널 일대 부지 1만3224㎡에 2021년까지 5000억원을 들여 12층 건물에 터미널(1층)과 뮤지컬 공연장, 판매시설을 조성하고 29층 호텔·오피스텔 건물, 49층 주상복합 3동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임 시장 낙마와 지방선거로 행정절차가 지연됐고 설상가상으로 감사원 감사까지 겹쳐 발목이 잡혔다. 속절없이 3~4년이 흐르는 사이 금융이자부담 등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부동산시장 악화, 근로조건 변경까지 더해 사업을 대폭 축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수개월이 걸린 감사원 감사는 ‘불문 처리’로 결론 났고 청주시는 고속버스터미널 현대화사업 지구단위 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승인 1년이 지나도록 현재까지 후속 행정절차는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다. 
사업하는 사람에겐 시간이 곧 돈이다. 그렇지만 이 사업은 ‘계륵’이 됐다. 사업을 축소해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B 씨에겐 골칫덩이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씨가 뜬금없이 ‘청주게이트’라며 엄청난 비리가 있는 것인 양 주장하고 나선 배경이 의심스럽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청주는 온통 비리를 뒤집어 쓴 도시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그는 유튜브 영상 속 한 장의 사진에서 머리에 손을 대고 앉아 있는 C 씨의 자세가 불량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씨 자도 붙이지 않고 내내 조롱하듯 말했다. 경남 양산에 자주 가 문 대통령에게 돈을 많이 줬다는 식으로 자극적인 말투로 일관했다. 
문 씨는 B 씨가 문 대통령과 대학 친구인 C 씨의 소개로 대통령 내외를 알게 됐고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 대통령 부인이 병문안 왔다는 사실 하나로 특혜 커넥션을 제기했다. 
B 씨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문 씨를 금명간 고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씨의 ‘청주게이트’ 영상은 1인 미디어 대명사인 유튜브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언제까지 이런 유튜브에 속수무책이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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