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발굴조사 현장설명회 개최

대규모 토목공사의 흔적이 공주 공산성(사적 제12호) 왕궁지 일대.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공주 공산성(사적 제12호) 에서 대규모 토목공사의 흔적이 발견됐다.

학계는 쌍수정 일대 왕궁지 관련 시설을 만들기 위해 국가에서 진행한 사업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공주시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공주대학교박물관과 함께 지난 2018년 6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발굴 조사 중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오는 27일 오전 10시 30분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쌍수정(雙樹亭)은 충청도관찰사 이수항이 1735년에 건립했다는 정자로, 남쪽과 동쪽에 백제시대 추정 왕궁터가 있다.

조사단이 찾아낸 출입시설은 쌍수정 주변에 동서 방향으로 조성했으며, 폭 3∼5m 길 양쪽에 높게 성토다짐을 한 구조로 파악됐다. 성토다짐 전체 규모는 길이 50m·너비 36m·깊이 3.5m다.

성토다짐은 흙을 쌓고 다지는 과정을 반복해 지반을 탄탄하게 하는 기법으로, 공산성에서는 흙을 경사지게 쌓고 다시 수평으로 쌓는 방법을 되풀이했다.

공산성 성토다짐에서 발견된 또 다른 특징은 경사면에 성토 유실 방지를 위해 강돌과 깬돌을 깔았다는 점이다. 오늘날 연약한 지반의 안정성을 높이려고 사용하는 건축부재인 필터매트를 적용한 셈이다.

이현숙 공주대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이 출입시설이 궁의 문인 '문궐'(門闕) 혹은 임금이 머무는 궁궐 문 양옆에 설치한 두 개의 높은 대(臺)인 '대궐'로 추정된다면서 "출토 유물을 보면 백제가 한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한 직후에 건설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산성 문궐은 한성 풍납토성 이후 최대 규모 백제 토목공사 유적으로 볼 수 있다"며 "문궐 같은 시설은 왕이 있을 때만 만든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공산성이 왕의 피난처라기보다는 거주 왕성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아울러 쌍수정 건물이 있는 대지가 백제시대에 조성한 시설물이라고 판단했다. 백제가 지형을 의도적으로 깎은 뒤 지면보다 높은 단(壇)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또 쌍수정 광장에서는 길이 30m가 넘는 기둥 열이 출입시설과 연결된 형태로 확인됐다.

이 실장은 "아직 조사하지 않은 지역이 있어서 쌍수성 주변 지역 성격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추가 조사를 통해 공산성 내 백제시대 왕성 연결 도로를 고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주 유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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