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지도자는 지도자다워야 덕이 있는 것이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덕이 있는 것이며, 학자는 학자다워야 덕이 있는 것이다. 지도자가 지도자로서 덕이 없으면 큰 변란이 발생하고, 학생이 덕이 없으면 나라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며, 학자가 덕이 없으면 학문의 발전은 이루어질 수 없다. 기업인은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윤을 종업원들과 합당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 종업원도 종업원답게 지나친 요구를 삼가고, 파업 등의 극한 대립을 자제하고, 맡은 임무에 충실하게 임해야 한다. 사람다운 사람은 더 나아가 사람이 상대하는 모든 사물의 생명력까지 존중해야 한다. 산기슭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현재 그 위치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생명이 없는 무생물이지만 함부로 대하거나 자신의 욕심 때문에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채취하면, 자연환경의 생명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운동을 하는 등의 모든 행위도 그 행위의 과정과 결과에 따른 생명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상생(相生)은 내가 가진 기운을 상대에게 부드럽게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상극(相剋)은 상대를 자극하여 변화시키는 특성이 있다. 작은 일이라도 이러한 사실을 명심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면 상생(相生)이 이루어지게 된다고 했다. 나무는 물이 있어야 살고, 불은 나무가 있어야 살며, 불에 타 버린 재는 흙이 된다. 흙이 뭉쳐지면 금속을 함유한 바위가 되고, 이러한 암반에서 샘물이 나온다. 이렇게 다음 단계를 도와주면서 순환하는 것이 바로 서로가 서로를 살려 주는 상생(相生)이다. 그러나 상생(相生)이 지나치면 그 결과가 상극(相剋)으로 나타난다. 물이 넘치면 나무가 뽑히거나 뿌리가 썩고, 불길보다 나무의 크기가 크면 불이 꺼지며, 뜨거운 기운이 강하면 흙은 생명력을 잃고 사막화되고, 흙 성분이 지나치게 많으면 바위의 금속성은 약화되며, 암반으로만 존재하는 곳은 물길이 막히거나 물이 새어 버려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상극(相剋)은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적당한 균형이 유지되면 오히려 상생(相生)의 결과로 나타날 수가 있다. 나무가 너무 많이 자라면 그 가지를 쳐서 알맞게 해 주는 금속이 있고, 단단한 금속은 불에 의해 모양이나 성질이 바뀌어 쓸모가 있게 된다.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불은 물에 의해 억제되어 그 불길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물은 흙이 제방으로 가두거나 흡수해 버림으로써 증발해도 일정량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흙은 나무뿌리에 의해서 붕괴될 수 있지만, 나무가 있기 때문에 많은 비가 내릴 때 산사태의 위험이 줄어든다. 상극(相剋)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극(相剋)도 궁극적으로 상생(相生)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자연은 사물들이 서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생명력을 갖고 순환하게 된다. 상대방에게 예절을 지키고 잘한 일을 독려하는 것은 상생(相生)의 자세이며, 잘못을 억제하는 것은 상생(相生)을 위한 상극(相剋)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상생(相生)은 상극(相剋)을 포함해 결과적으로 중화(中和)를 이루는 상생을 말한다. 세상의 만물이나 인간 세상에는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양면이 뒤섞여 존재하며 영향을 끼친다. 상생(相生)만으로도 살 수 없고 상극(相剋)만으로는 더 더욱 살아갈 수 없는 게 세상의 섭리이다. 상생(相生)의 힘으로 에너지를 얻고 상극(相剋)의 힘으로는 수양과 깨우침을 얻어야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정치가와 관료들 그리고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지식층들이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나라가 조용할 날이 없는 것이다. 지도자들이 머리로 아는 것은 넘쳐 나지만,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부족한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모든 사회 조직이 조직다운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다운 사람들이 이끌어 나가야 한다. 사람답지 못한 인간들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원인 제공자이면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기 때문에 어떠한 예방조치도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더욱 분명해진다. 가진 사람과 가난한 사람, 젊은이와 늙은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이 심각하여 그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한 당면과제가 됐다. 소통(疏通)의 문제가 시대의 절실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상생(相生)이 곧 소통이고, 소통이 곧 상생(相生)이다. 올해에는 온 국민의 상생(相生)과 더불어 각자의 소망을 함께 이루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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